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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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그리고 반토막

2020-08-19 (수) 김범수 목사 /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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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모두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하여 힘든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서 그간 8개월 동안 정상적이었던 삶들이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조정되거나 금지되거나 제한되어 살고 있다.
외출도 외식도, 모임도 학교도, 운동도 구경도, 그리고 교회도 가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은 정말 감옥아닌 감옥같은 제한된 삶을 살게 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 전과 후의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시대를 기원전과 기원후로 구분하듯이 비포(Before) 코로나, 에프터(After) 코로나로 구분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특정 전염성 질병이 최악의 수준으로 유행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팬데믹(pandemic)은 우리의 삶을 반으로 줄이고, 흩어지게 만드는, 반토막의 삶을 갖게 했다. 그 반토막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종교, 체육 등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축소되고, 감소되고, 금지되었다.

미국과 중국은 이 바이러스로 인해서 그간 유지되었던 외교와 경제의 관계가 찬물을 끼얹듯 싸늘해졌다.
미국에서는 텍사스에 있는 중국 공관을 철거하면서까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정치공방을 하는 가운데 이념적인 대립각도가 더 첨예해지고 있다.
자유냐 보수냐 하는 순수한 정치적 노선을 넘어서 진영의 기득권과 주도권을 쥐고자 팽팽한 반반의 싸움을 하고 있다. 사실 그것보다 더욱 더 고통스러운 것은 경제적 침체이다. 사실 지금은 경제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시기이다. 반 토막 정도만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가게, 점포들이 문을 닫고 있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자연재해보다 더 처참할 정도로 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2.9%이라고 하니 1947년 이후 최악의 수치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적 지표보다 더 신중하게 짚어 볼 것은 우리 마음의 지표이다. 자유로운 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정신적으로 침체에 빠지거나 의욕이 상실되고, 더 나아가서는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시간만 소비한다는 생각에 잡히게되면 자신감이나 자존감의 수치가 정말 반 토막이 나거나 그 이상의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자기인생에 대한 좌절, 절망, 그리고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성경은 말씀한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전도서7:14)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지금 밑바닥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동안은 아직 진짜 밑바닥이 아니다” 라고 했다. 설령 팬데믹 때문에 일어난 반 토막의 삶이라 할지라도 벌써 반 토막이 아니라 아직도 반 토막이라도 남아 있다는 희망을 갖고 기다린다면 또 새로운 희망의 싹이 돋아날 것이다. 그 때에는 반 토막이 아니라 한 토막, 큰 토막이 될 것이다.

<김범수 목사 /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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