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75주년, 우리는 얼마나 자주적인가?
2020-08-17 (월)
윤성훈 볼티모어, MD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 정권붕괴 혹은 북한의 비핵화는 한국전쟁후부터 70년간 계속되어온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가장 최근의 미국의 두 정권 즉 민주당의 오바마정권과 공화당의 트럼프 정권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두 정권의 차이가 있다면 오마바때는 ‘전략적 인내’라는 전략아래 사실상 북한을 방치해 두었고 트럼프는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전략아래 북한과의 적극적 대화를 시도했을 뿐 바뀐 것은 없다.
그 사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북의 주장대로라면)미국과 핵무기로 붙어도 상호확증파괴 수준에 이를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어떠한 제재에도 버텨나갈 ‘자력갱생’의 내성을 키워냈다. 현재까지만 놓고본다면 ‘제재와 압박’이라는 대북정책은 실패다.
이제는 좀 바뀔만도 한데 올 연말에 있을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던 바이든이 당선되던 ‘제재와 압박’만이 북의 정권교체를 이루어내거나 북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망상적 전략은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 사고에서 자유로웠던 트럼프에 대한 기대는 북한의 판단처럼 제 정치적 치적쌓기에 불과함으로 일찍이 접었고 현재 여론조사에서 우위에 있는 민주당의 바이든이 집권한다 해도 최근에 발표된 민주당 정강속의 대북정책, 그리고 바이든이 당선되면 북한문제 최고 책임자로 임명될 것이라는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현 교수의 평소 주장을 보면 그렇다.
더욱 치밀한 국제공조를 통해서 효율적인 제재와 압박을 해나가면서 북한 인권문제도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데 무슨 정책의 변화를 바라겠나.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미국이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는 이면에는 지금의 이 상태를 유지해도 아쉬울게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있다.
동북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확장을 막는 전진기지로서,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를 이용한 세계제일의 무기판매처로서 유용하기 때문이다.
북은 체제안전과 부강한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제재와 압박정책을 풀고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핵과 미사일의 개발도 결국은 이러한 필요의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체제안전이 보장되고 미국과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맺으면 북핵문제의 해결은 허상이 아닌 실상에 가까워 진다.
우리에게도 북핵문제의 해결은 국가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한반도 리스크는 차치하더라도 언제까지 전쟁과 핵위기를 머리위에 얹고 살 수는 없다.
미국이 바뀔 생각이 별로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남북이 자주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남과북의 적극적 의지에 의해 단독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꽉 막힌 북미관계가 열렸을 때 그 열린 환경 안에서 이루어져 왔다..
남북 정상간 최초의 만남이 이루어진 김대중정부의 2000년 6.15 정상회담의 배경에는 북핵문제의 포괄적 해결의 필요성을 느낀 미국의 ‘페리 프로세스’가 있었고 노무현 정부의 2007년 10.4선언의 배경에는 그해 북미를 포함한 6자회담의 성과물인 2.13합의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배경에는 미국의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전략’이 있었다.
꽉 막힌 정세를 북한이 전략적으로 돌파해나가면 미국이 반응을 하고 그때마다 남과북도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를 했고 북미관계가 어느 한쪽의 태도변화나 약속불이행으로 다시 닫혔을때는 되돌릴 수 없을만큼 진전되었다고 생각한 남북관계 역시 닫히거나 퇴행을 반복하는 패턴이 이어져왔다.
관성의 법칙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이 지루한 패턴을 깨기 위해서는 이제 남이 치고나와 균형을 깨트려야 한다.
예상되는 미국의 압박에 지레 독자적 행동을 자제하기보다는 과감한 행동뒤 수습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얼마나 자주적일까?
<윤성훈 볼티모어,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