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생각하는 세 가지 기념일
2020-08-13 (목)
이내원 / 전 한국학교협의회 전국 및 워싱턴 이사장, VA
8월의 기념일 하면 반사적으로 8월15일 광복절을 떠올린다. 그러나 생각하는 한국인이라면 새겨둘만한 기념일 둘을 더하여 8월에는 세 가지 기념일이 이틀에 연달아 겹쳐 있음을 알아둘만하다.
광복절 바로 전날인 8월14일은 임진왜란 중인 1592년 음력 7월8일(양력 8월 14일), 혜성같이 등장한 불세출의 명장 전라 좌수사 이순신 장군께서 한산도 앞바다에서 일본의 주력 최정예 수군을 완파함으로써 남해의 제해권과 전쟁의 주도력을 선점하여 나라를 구해내신 날이다.
이 한 판의 승리로 서울 한양을 비롯하여 북도의 평양과 함경도까지 유린을 당하여 나라의 명운이 마치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고 절망적일 때 희망의 봉화를 높이 들어 올린 셈이니 그 감격이 어떠했을까?
한산해전의 전과를 보면, 이순신 연합 수군 58척이 참전하여 선박 손실 전혀 없이 19명 전사에 100여명이 부상을 입은 반면, 일본 수군은 73척이 참전하여 선박 59척을 격파 당했다. 일본 자체 기록에 따르면 9천명의 전사자를 낸 채 겨우 14척의 남은 선박으로 김해 방면으로 줄행랑 친 것으로 되어 있다.
이순신 장군은 그냥 이긴 것이 아니라 세계 해전사에 순위를 다툴 만큼 명승부를 펼치셨던 것이다.
한산대첩의 고향 통영에서는 이 날을 기념하여 매년 8월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약 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통영 한산대첩 축제’를 열고 고유제, 수군 행렬, 거북선 모의 해전 등 각종 행사로 전 지역이 들썩인다. 올해로 이 축제는 환갑을 앞둔 59회를 맞으니 시민들의 자부심을 읽을 만하다. 어찌 통영 시민만의 축제일까? 한국인의 축제이다. 14일은 또한 2017년 12월에 제정 공표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위안부 문제는 특히 이곳 워싱턴 동포들이 앞장서 미 의회 결의를 통한 ‘세계적 인권문제’화에 성공하여 실로 인류 발전사에 한 가닥 기여를 한 의미 있는 자부심이 되어 있다.
특히 워싱턴 정대위에서는 그동안의 기록과 활동 자료를 총합하여 약 400페이지에 이르는 영문 자료집 ‘Comfort Women’(위안부)을 출간하였는데 내게는 그 파급 효과가 2007년의 의회 결의에 결코 못지않은 ‘위대한 성취’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위안부는 사라질 수밖에 없고 관심은 줄어들며 일본은 기다리는 듯이 끝내 양식 있는 사죄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 생생한 영문 기록은 영원히 남아 두고두고 세계인의 양심을 일깨우며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가시 회초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잡음과 추태로 얼룩진 한국의 유사 단체와는 달리 궁색한 모금과 자기 희생으로 위대한 탄생을 이룩한 워싱턴 정대위 지도부에 경의를 헌사한다.
<이내원 / 전 한국학교협의회 전국 및 워싱턴 이사장,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