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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반응을 하지 않는 현대인의 심리

2020-08-11 (화) 은윤선 / 미술치료 전문가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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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윤선의 미술치료 컬럼

SNS 메시지를 보고도 전화벨이 울리듯 보고 들어도 무시할 때가 종종 생기는 것이 현대 사회 속의 사람들이다. 상황이 정말 어쩔 수 없거나 마음이 어수선해서 혼자 있고 싶을 때를 제외하고 자주 있는 일이라면 나 자신의 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심리를 수동 공격(Passive Aggression)성향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적인 감정을 직접 나타내지 않고 간접적인 수동적 저항으로 표출하여 공격적인 감정을 은둔하는 것을 말한다. 분노와 화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것만 피하면 된다는 결정장애가 하나의 요소가 된다.

평소 화를 안내는 사람들, 어떤 일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이들을 보고 “와! 대단하다. 도 닦고 득도한 사람같네.”라고 부러워하게 된다. 분명 화가 나야 할 상황이나 참을 수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는 사람들, 그들은 그저 순하고 착하기만 한 좋은 사람일까?
수동 공격적 성향은 내면에 지닌 불만의 부정적 요소가 무응답과 무반응 외 게으름 피우기, 눈 맞춤 피하기, 잠수타기, 전화기 끄기 또는 무음상태 등으로 나타난다. 의도적이던 아니던 타인을 짜증나게 만드는 상황을 유도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직장상사 앞에서는 일을 맡기 싫다거나 불공평하다는 표현을 전혀 내보이지 않고 그에 대한 불평불만을 그들에게서 맡은 일을 뒤로 미루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는 경우다. 또한 막상 일하려 하면 갑자기 아프다거나 처리하지 못한 일에 대한 핑계를 대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 속으로 모두 삭히는 이들은 극심한 불안증이나 우울감을 토로하거나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수동 공격성 장애에 대한 DSM―Ⅳ―R의 진단 기준(다음 아래의 사항 중 적어도 5개 이상이 이에 해당된다.)
(1) 일을 미룬다.
(2) 원하지 않는 것을 하라고 요구받을 때, 뾰루퉁하고 짜증을 내며 논쟁적으로 변한다.
(3) 정말 원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엉망으로 하거나, 일부러 천천히 한다.
(4)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이 부당하게 자신에게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5) “잊어버렸다”고 말하면서 책무를 회피한다.
(6)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일하고, 생각한다고 믿는다.
(7) 더 생산적이 될 수도 있는 다른 사람의 유용한 제안을 불쾌하게 여긴다.
(8) 분담된 일에 실패함으로 다른 사람의 노력을 방해한다.
(9) 권위적인 위치에서 사람들을 부당하게 비판하거나 모욕한다.

무작정 상대나 상황을 피하는 것을 일삼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상황을 대처하는 훈련이 매우 필요하다. 이것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이론적 학습과 암기 위주의 교육만 해온 이들에게 있어 절실한 관계의 학습이 부제되었음을 보여준다.
요즘 들어 어린아이들도 학교에서 친구사귀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한다.관계를 만들어가고 유지하는 게 이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두된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껄끄럽다고 복잡하다고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그 상황을 회피하고 침묵하는 것은 절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런 상황이 반복되어 익숙해지면 은둔형 외톨이나 정신적 문제를 만들게 되는 위험성이 커진다.

자신의 문제나 무의식적 습성들을 미술치료의 작업을 통해 시각화하여 내적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고 살펴보면서 치료사와 함께 문제 해결을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 안에서 다룰 수 있으면 좋다. 머릿속에서 아무리 생각해봐야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해결될 수 없고 또다른 문제를 파생하여 악순환만 반복될 우려가 크다는 것을 인지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분노를 대체로 부정하곤 하는데 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다룰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자연스런 예술을 활용한 심리치료로서 그들에게 자신을 마주할 기회를 마련해주면 좋다.

<은윤선 / 미술치료 전문가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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