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여성의창] 사람은 더 훌륭하다

2020-08-05 (수) 송일란 (교회 사무장)
크게 작게
한국 TV 프로그램 중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을 한동안 열심히 봤다. 개들의 세상에도 신기하고 재밌는 내용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는 개들끼리 의사소통하는 데에도 예절이 있단다. 모르는 개끼리 산책 중에 만나면 서로 탐색을 하는데, 엉덩이 뒤쪽으로 바로 와서 냄새를 맡으면 예의가 없는 것이란다. 개 훈련사 말로는, 그런 건 사람이 만나자마자 바지를 벗기는 행위란다. 견종에 따라 성격도 다른데, 투견들은 흥분을 빨리하고 공격을 잘하면 칭찬을 받았었기에, 투견이 조상이었던 개들은 지금은 사람들과 같이 반려견으로 살고 있음에도 흥분을 잘한다고 한다. 가축을 지키던 개들은 주인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단다. 그런 유전적인 성향은 세월이 한참 지났음에도 그들의 몸 안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싸움을 잘하던 개였든지 사냥하던 개였든지 지금은 반려견으로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니 난폭한 성향이나 독점욕 같은 건 규칙을 배우고 함께 잘살아 보자는 것이 그 프로그램의 취지이다. 그런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 어느 개든지 훌륭하게 반려견으로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 안에, 기억 안에 저 조상 대대로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성향은 무엇일까? 다름에 대해 적개심을 갖는 것, 그리하여 대적하고 편을 가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코로나로 난리가 난 요즘 우리가 두드러지게 보고 있는 것도 인종차별이다.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도 이민족의 침략을 막기 위해, 즉 대적하고 편을 만들고 내 것을 지키기 위해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장벽을 쌓고 단절하고 다투고 대립하는 성향이 우리 안에 조상 대대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도 석가탑이나 다보탑처럼 뾰족하니 자그마한 것이 아니고, 거대한 성벽과 같은 것이었다니 그러한 다른 민족에 대한 적개심과 자신들의 것을 지키려는 이기심 때문에 하느님께 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개들조차 사회화 교육을 통해 훌륭해진다는데, 사람은 더 훌륭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둘째치고 다름에 대한 적대감이 드는 내 안의 마음을 잘 다스리기만 해도 훌륭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더 나아가 서로의 벽을 허물고 서로 잘 어우러져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더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송일란 (교회 사무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