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보는 거 그리고 하는 거 다 좋아하는데,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시청할 수 있는 운동도, 할 수 있는 운동도 없어졌다. 가을부터 초봄까진 볼링, 그리고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는 컬링 리그에 소속되어 운동했는데, 볼링장도 아이스링크도 모두 문을 닫았다. 락다운 기간 중 집에서 스트레칭하면서 덤벨 들고, 요가 연습하고, 산보 나가고, 그러면서 몸이 녹스는 걸 막으려고 애를 썼다.
5월부터 단계적으로 가주가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아이스링크도 볼링장도 열었다는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집에서 맨손 운동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팬데믹 중에도 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던 중 골프 코스와 레인지가 문을 열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미국은 한국보다 골프 치는데 드는 비용이 저렴하다. 서울에서 적어도 삼십분 내지 한시간 정도 벗어나야 골프 코스가 있는 반면 미국은 사는 동네에서 퍼블릭 골프 코스 찾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골프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부유층의 전유물이란 이미지와 골프가 과연 운동이 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필드 나가면 많이 걷는다고 하지만 굳이 필드 나가지 않고도 장거리 산책을 전경 좋은 태평양 연안을 따라 할 수 있으니 굳이 골프 치러 나가서 걷는 운동한다는 게 어불성설처럼 느껴졌었다.
봄이 되면 컬링 리그에 등록해서 컬링을 하려고 했는데 팬데믹으로 계획이 틀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현재 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인 골프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일단 지인에게서 빌린 클럽 서너개로 유튜브 골프레슨 비디오를 보면서 실내에서 혼자 자세 및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전문가에게 골프 레슨을 받고 시작했으면 좋겠지만 팬데믹으로 골프장에서 제공하는 모든 레슨이 정지된 상태여서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요즘은 유튜브를 보면서 요리는 물론이요, 자동차 수리까지 한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유튜브 교습용(tutorial) 비디오를 잘 만들어서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아직 치핑이나 퍼팅 연습은 안하고, 오로지 스윙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러면서 골프라는 운동에 대해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야구는 던지기, 치기, 받기, 뛰기 등 다양한 동작이 요구되고, 포지션 또한 다양한 반면 골프라는 운동은 상대적으로 동작이 제한돼있는 운동이다. 스윙만 잘하면 되니 말이다. 그래서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소 단순하며 정적인 운동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골프는 매우 마이크로한 운동이다. 무슨 말이냐면 간단한 스윙 하나 하는데 그립, 다리 무게중심 이동, 척추와 머리의 위치, 상체의 회전, 클럽 페이스의 위치 등 이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져야 공이 멀리 정확하게 잘 나간다. 그래서 스윙 연습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이번엔 이걸 잘못해서 공이 잘 안 맞았고, 이번엔 이걸 잘해서 공이 잘 맞았구나 이런 트래킹과 분석을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피곤한(?) 스포츠다.
프로 스포츠를 시청하다 보면 선수들의 성격이 하는 운동에 따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농구선수들은 빠르게 돌아가는 게임 특성상 흐름을 잘 타야하기에 분석적이기보다는 감이 발달하고, 민첩함과 빠른 판단력, 그리고 대담한 면모를 가진 선수들이 많다. 24초 안에 공격을 끝내야 하는 NBA 농구 특성상, 선수가 이리 재고 저리 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반면 골프는 내성적이고 신중한 성격을 가진 선수들이 많은 거 같다. PGA 매스터즈를 다섯 번이나 우승한 타이거 우즈는 내성적 성격을 가진 대표적인 골프 선수다.
팬데믹으로 시작하게 된 골프가 뜻밖에 내성적이고 연습하기 좋아하는 내 성향에 잘 맞는 운동일줄 어찌 알았으랴? 그래서 화씨 8~90도의 더운 여름 날씨를 마다하지 않고 시간 날 때마다 나가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토요일 아침 6시 레인지에 나가보니 나처럼 해가 중천에 뜨기 전 나와 스윙 연습을 해보려는 사람들로 벌써 북적이고 있었다. 친구, 가족 단위로 필드로 나가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의 무리도 보였다. 모두 편안한 차림새로 주말을 맞아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려는 듯 즐거운 표정이었다. 순간, 골프에 대한 나의 인식이 어쩌면 선입견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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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금속공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