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낚았다
2020-08-03 (월)
송온경 / 시인·뉴욕시문학회
시를 낚으러 미술관에 갔다
시를 낚으러 미술관에 갔더니 코비드가 문을
닫은 미술관 난간에
난데없는 고양이 한 마리 나를 쳐다 본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았다
표정없는 고양이
미술관이 그의 집인지 고독해 보인다
고양이하고 친구해볼까
사진을 찍으니 훌쩍 뛰어간다
몇 발짝 가다 멈춰서 뒤를 돌아본다
손을 흔들어주자 꼬리를 살살 흔든다
몇 발짝 가더니 또 뒤를 돌아 본다
또 손을 흔들어주었다
고양이 눈에 안도감이 보이는 듯
내가 친구 같다고 느낀걸까
나 원래 고양이 보면 소름돋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어
가자고 하면 따라갈까 고양이가 한참을
생각하는 듯 길 가운데 주저앉는구나
오늘은 시 대신 고양이 한 마리 낚았다.
<송온경 / 시인·뉴욕시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