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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

2020-08-03 (월) 정민규 (샌리앤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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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가 몰아친다.

배가 파선의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한시절 사고뭉치이자 방탕한 생활로 아프리카의 한 섬에 노예로 팔려 15개월간 붙잡혀 있다 영국 무역선의 도움으로 탈출하였다. 몇 년후에 돈을 더 벌기 위해 아프라키 노예선의 젊은 선장이 되었던 존 뉴턴은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푹풍우가 지나가고 무사히 귀향한 후에 양심의 가책으로 노예선 선장을 그만두고 공부하여 목사가 되었다. 그 후에 쓴 자전적 고백 찬송시가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찬송가 4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원,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고대시대에 물물교환의 대체수단으로 화폐가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야수나 다른 종족의 침입으로부터 자신과 부족을 보호하기 위하여 능력있는 지도자를 세워 권위를 위임하게 되었다. 또한 종족보존과 번성을 위하여 인간에게 성(sex)이 부여되었다. 돈과 권력은 인간이 만들고 추구하나 섹스는 신이 내리신 은총의 선물이다. 하지만 돈과 권력과 섹스는 벗어나기 힘든 인간의 굴레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정당한 노력과 수단을 통하여 얻는 부의 축재와 권력의 추구는 제한이 없는 듯 하고 표면적인 것에 반해 섹스의 추구는 제한성이 있고 이면적인 성질이 있디. 그리고 돈과 권력은 나타내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는 반면 섹스는 얼굴을 감추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다.

인류역사에서 그 시대의 문화와 관습에 따라 섹스는 다양한 모양으로 표출되었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인 고린도의 아프로디테 여신(사랑의 신) 신전에는 천여명의 여사제가 있어 신전에서 매춘을 하였고, 돈 많은 로마귀족들은 미소년을 한 두명 애인으로 두어 동성애를 자행하는 것이 그 시대 문화라는 미명아래 자행되었다. 예전 한국에서도 첩을 두는 것이 돈 많은 양반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시대적 문화라 하였고, 기생문화 또한 일반화 되었던 것이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한 시절에는 시대적 문화요 관습이라고 포장되었던 과도한 성의 표출이 인권이 신장에 따라 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기독교에서는 죄를 그리스어로 하마르티아(Hamartia)라고 한다. 과녁을 벗어난 상태라는 뜻이다. 꼭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정상적이지 않고 정당하지 않고 진리에서 벗어난 것을 다 죄라고 하는 것이다. 법이 있기 전에는 죄가 죄인줄도 모르고 행하여 졌으나 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죄는 어둠의 옷을 입히고 양심의 감각을 무디게 한다.

돈을 사랑함은 일만 악의 뿌리요 권력으로 인한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 하지 않던가. 과도한 부와 통제되지 않은 권력은 결국 절제되지 않는 섹스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잘못 사용된 섹스는 영혼을 멍들게 하고 자신과 가정 그리고 사회를 파멸로 이끌어 죄의 댓가인 사망으로 끌고 간다. 평생을 여권신장과 약자를 위해 헌신해 온 인권변호사가 4년간 잘못을 행하고도 양심의 가책과 자기모순과 부조리를 느끼지 못한 채 자기 합리하에 함몰됐다.

피해자가 겪은 수치와 고통에 무릎꿇고 통렬히 사죄하고 남겨질 가족들이 받을 고통에 더 깊이 아파하며 창피와 조롱을 감내했어야만 했다. 자신을 믿고 기대한 지지자들에게 눈물로 사죄하고 죄값을 치른 뒤에 다시 시작했더라면.

음행과 거룩, 더러움과 순결, 우상숭배와 진리의 추구, 당짓는 것과 화합, 보복과 관용, 불안과 평안, 분열과 화합, 미움과 사랑, 술취함과 경건, 방탕함과 절제의 숲속에서 소리는 빛을 쫓아 메아리의 물결이 되어 퍼져 나간다.

자식에게 교훈을 주지않고 감동을 기억하게 하고 싶은 죄많고 못난 나도 그 물결위에 거룩의 조그만 돛단배를 띄우고 싶다.

<정민규 (샌리앤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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