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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역설

2020-07-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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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적색공포(New Red Scare). 요즘 일각에서 떠오르는 화두다.

적색공포는 미국 역사에서 강한 반공 시기였던 1917년부터 1920년까지, 또 1947년부터 1957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나타났다.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등 비 미국적적인 좌파사상과 행위에 대한 국민적 공포, 혹은 집단 히스테리로 정의할 수 있다.

그 극단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 매카시즘(McCarthyism)이다. 조셉 매카시 연방 상원의원이 1950년 2월 한 모임에서 국무부에 공산주의자들이 대거 침투해있다는 폭탄 발언을 한다.


이후 미국 사회는 이념 전쟁에 휩쓸리게 되면서 정계는 물론, 교육계, 노동계, 문화계에도 공산주의자 색출 광풍이 몰아친다. 매카시즘은 오늘날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거짓과 선동을 일삼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미국과 중국 관계가 새로운 냉전시대로 접어들자 뉴욕타임스 등 진보매체와 일부 논객들이 경고하고 나선 것이 바로 신 적색공포, 신 매카시즘이다.

냉전시대는 그러면 반공이란 이름하에 거짓과 선동만 판 친, 그러니까 민주주의가 후퇴만 한 그런 시기였을까.

“그런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부분적 현상이고 전체적으로 볼 때 미소냉전, 다시 말해 수퍼 파워간의 경쟁은 미국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존스홉킨스대학의 할 브랜즈 교수의 주장이다.

우선 인권운동부터가 그렇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은 소련과의 이데올로기, 체제경쟁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선전선동에 큰 빌미를 제공한다. 이런 판단 하에 연방정부는 강력한 차별금지 정책을 펼쳤다.

먼저 군에서 차별이 폐지됐다. 학교에서의 차별금지를 위해 아이젠하워대통령은 연방정부 개입을 명령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1960년대의 민권법 제정으로 이어지면서 인권운동을 촉진시켰다.

전 세계 톱을 달리고 있는 미국의 대학교육 시스템도 어찌 보면 냉전의 산물로 볼 수도 있다. 1957년 10월4일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를 성공시킨다. 미국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다.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STEM)을 강조하면서 연방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교육에 쏟아 부었다. 언어 트레이닝을 비롯한 사회과학 분야에도 대대적 지원이 따랐다. 한마디로 냉전시대는 미국 대학들의 황금시대였다.

주간고속도로시스템(Interstate Highway System) 등 대대적 인프라가 갖추어진 것도 냉전시대다. 반도체와 인터넷 개발이 이루어진 것도 냉전시대다. 냉전이 없었더라면 실리콘밸리도 없었다는 것이 브랜즈의 지적이다.

냉전시대의 막대한 국방비 지출은 군수산업계 등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함께 반영구적인 경기부양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방력도 국방력이지만 보다 강력한 미국을 위한 미국사회 스스로의 갱신노력과 전 분야에 걸친 연방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결국 냉전을 승리로 이끈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제2의 냉전. 미국은 앞으로 어떤 궤적을 그리며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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