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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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노트, 죽음의 책

2020-07-27 (월)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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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 칼럼

요즘 많은 사람들의 죽음의 소식을 듣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아파서, 어떤 사람들은 사고로, 어떤 사람들은 자살로, 어떤 사람들은 타살의 죽음을 맞는다. 어떤 사람의 인생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모든 사람의 죽음 또한 슬프지 않을 수 없다. 잘하다가 죽은 사람도, 잘못한 사람도 그 죽음은 슬픈 것이다.
죽음은 슬픈 것이지만 사는 동안 즐거워야 하고, 삶이 즐거웠기에 죽음을 맞이할 때에는 의연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지도자였던 모세는 지혜로운 인생을 살기를 바라면서 이런 기도를 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편90:12). 사는 것에도 지혜가 있어야 하지만 죽음에도 지혜가 있어야 한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노트에 기록하는 것과 같다. 노트에는 많은 것들, 만남의 약속, 삶의 계획, 유명한 사람들의 어록, 그리고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기록되어 있다. 그 노트는 인생의 구글링같은 것들이 다 담겨 있다. 사건과 사람, 그리고 사실들이 낱낱이 빼곡이 기록되어 있다. 그 노트는 삶의 청사진이고 스케치이다. 일초 일분 한 시간 하루 일년의 일들이 인생을 채워준다.

그 노트 안에는 잘한 것들도 있지만 잘못한 것들도 있다. 잘한 것들은 더 잘할 수 있고,잘못한 것들은 고칠 수 있고 지울수 있다. 또 그 노트 때문에 잊어진 것들이 생각나고, 해야 할 일들을 준비하고, 해야 할 것들을 더 자세히 하도록 적혀 있다. 사는 것은 큰 것이 아니고 작은 것들로 이루어진다.
어떤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 하루를 사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다 작은 노트에 기록한 대로 사는 것이다. 좋은 일들, 아름다운 일들, 슬프고 즐거운 일들, 만나야 할 사람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가는 것이 인생이고, 삶이다. 그 노트는 나만의 비밀일 때도 있다.
그러나 죽음은 더 이상의 노트가 아니다. 죽음은 작은 노트들이 하나하나 엮여져서 만든 책이 되어야 한다. 죽음은 한권의 역사책이 되어야 한다. 죽음은 비밀이 되어서는 안된다. 죽어서도 노트가 되면 그 인생은 완성된 인생이 아니다. 그 죽음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미완성의 물음표가 아니라 한줄 획을 긋는 마침표가 되든지 감동을 주는 느낌표가 되어야 한다.

죽음에 있어서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미 기회를 놓친 것이다. 죽음은 내용을 고칠 수 없고 변경할 수 없다. 노트에 기록된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이미 끝나버려 완성된 것이 죽음이다. 죽음이 출판한 그 책은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완성된 책이어야 한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했다.“다 이루었다”(요한복음 19:30)
지금 내 인생의 노트에는 무엇이 기록되어 있는가?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죽음이 다가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 끝이 나고 만다. 나의 죽음의 책은 어떤 책일까? 내가 어떤 주인공일까? 멋있는 사람, 착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 성실한 사람일까? 아무튼 그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오늘의 노트를 다시 점검해 본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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