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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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재확인

2020-07-24 (금) 김광석 / KCS 전 회장 한미헤리티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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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살다보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내 고국에 대한 애착심 뿐 아니라, 우리의 후대들이 이 땅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잘 살아가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한인들에게 한인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그 답은 일정하지 못하다. 백의민족, 선비사상, 홍익사상, 배달민족, 한글, 은근과 끈기, 정, 태극기, 최근에 대두되는 K-pop 및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답도 많다.

어느 일가에서, 그 집의 아이에게 너희 가정을 이끌어가는 정신적 결정체는 무엇이냐 라고 물을 때, 과거에는, 예를들어, “김해김씨 김수로왕의 70대손…, 저희집안은 청렴과 근검을 생활신조로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그런 답변은 우리의 자손들에게서 듣기 어려운 현실이다. 가정 뿐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이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우리 민족은 무엇을 추구했으며, 그러한 노력이 진행되는 동안 그 중심이 되는 생각이 어떻게 가감이 되었는가를 밝히는 노력이 없이 정체성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해방 후 75년이 지났건만, 대한민국에서 가르쳐 지는 역사를 보면, 그 정체성에 대한 접근이 없다.

남측은 아직까지 혼란한 답변을 늘어놓고, 북쪽은 주체가 정통이라고 내세우지만 그 주체는 왕조통치의 존속이론으로 왜곡되고 있는 형편이다. 정통성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것은 얼이 없다는 것, 얼이 없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얼이 살아나는 바른 역사가 민족에게 교육 될 때에, 그 민족은 경우에 따라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도 다시 구심점을 찾아 공동의 선을 위한 미래를 개척하게 된다. 일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우리 조상들의 재세이화 홍익인간의 사상, 신시 배달과 단군의 조선의 역사가 엄연히 살아있음을 확인해 보자.

민족주의는 매우 위험한 사상일 수 있다. 히틀러가 게르만족의 우월성을 내세워 독일의 정서를 삐둘게 고양해서 인류에 큰 죄를 지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홍익인간의 사상은 인권의 보편성을 보호하고 강조하는 인류애적인 사상이며, 세계적, 인류적인 개념으로 발전되어야 하는 매우 경이로운 실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현정부가 현대사의 좌우 대립 개념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의 큰 개념으로 역사를 다시 조명하는 일에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제1공화국의 잘못된 점들, 3,4 공화국의 잘못된 점들만 지적하는 차원을 벗어나야 한다.

현정권의 입맛에 맞지 아니하면 친일로 부각시키거나 사생활의 치부를 여론화하는 정치 공작의 차원에서도 벗어나기를 원한다. 정권 장악의 차원이 아닌 민족의 역사와 정통성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과거와 미래를 조명하는 바른 정치가 요구되는 것이다.

현정부가 우리는 하나라는 민족의 정서를 부추키며 북한을 끌어안고 가겠다며 전략적으로 표심을 끌어 들이고, 반미 친중의 전략으로 북한에게 손을 내밀며, 대화를 통하여 통일로 가겠다는 낭만적인 서정시를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기 위에 쓰고 있다.


그나마 인권을 알고 있는 남쪽에서는 일부 수용될 수 있겠지만, 북쪽의 집권자들이나 인권의 개념과는 거리가 먼 북한주민들에게, 현 정부의 서정시는 그들 체제의 우월성을 인정하는 헌정시나 선전물로 사용될 따름이다.

통일의 접근도 홍익인간의 정통성에서 해석되고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북한에 인권이 없는한 정통성에서 어긋나는 일이다. 7,000년 역사에서 500년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로 민중이 혹사당한 시절이 있었지만, 남측은 이를 극복하여 왔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개발과 발전의 기회를 민중에게 제공하도록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민족의 가치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이젠 좌우의 작은 틀에서 홍익인간 정통성의 큰 틀로 민족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교육하며, 세계의 정세를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민족의 미래를 개척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광석 / KCS 전 회장 한미헤리티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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