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시 시작된 사재기 근절돼야

2020-07-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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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2차 자택격리(Stay at Home)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감염자와 입원환자가 연일 급증하자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최근 2차 봉쇄령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하며 주민들의 경각심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자 슬그머니 다시 시작된 폐해가 사재기(panic buying)이다. 요즘 주류 마켓들과 코스코, 트레이더 조스 앞에는 평소보다 줄이 훨씬 길게 늘어선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매장에 들어가 보면 화장실 휴지와 소독물티슈 등의 위생용품이 품절됐고, 캔푸드와 파스타 등 비상용 보관식품들의 진열대가 많이 비어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만큼은 아니지만 우려할 수준의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3월20일 LA시와 카운티가 외출자제 긴급명령을 내렸을 때 벌어진 사재기는 거의 ‘광풍’ 수준이었다. 식품과 생필품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수십미터씩 줄을 섰고, 한국마켓 미국마켓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선반이 텅텅 비었던 광경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사놓은 쌀과 물, 휴지와 손세정제가 아직도 쌓여있는 집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 살면서 처음 맞닥뜨린 비이성적 집단행동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사재기는 재난 상황에서 집단적 두려움과 불안이 군중심리를 압도할 때 충동적으로 발생한다. 팬데믹처럼 장기적인 격리생활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찾아왔을 때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본능적 과민반응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넉달 전에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괜찮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경험했다. 한달 여 혼란의 시기가 지나가자 물품 공급이 정상화되었고, 그때 사재기를 못해서 굶거나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은 주위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재기는 장바구니 물가의 폭등을 부르고, 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막는다. 당장 필요없는 물건까지 사재기를 하면 정작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되지 못함으로써 사회 안전망을 해치고 공공보건을 위협하고, 결국 자신의 안전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한다.

사재기란 이기주의의 다른 말이다. 지금은 이기심을 버리고 서로 나누고 돕는 마음이 더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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