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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토요일 오후

2020-07-23 (목) 라니 오 / 일등부동산 뉴스타 세무사·Principal Br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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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토요일 오후였다. 새벽에 동네 트랙을 3시간 가까이 걷고 나서 샤워하고 점심 먹고 잠깐 졸고 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통의 전화가 왔다. 예전부터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손님이시다. 본인 아들이 오전에 오픈 하우스에 갔다가 맘에 드는 집을 찾았다면서 오퍼를 넣어 달라는 전화였다. 주소를 받고 에이전트랑 통화를 하고 리스팅 가격이 제대로 된 가격인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집은 예뻐 보였다. 사진 상으로는. 그런데 가격이 좀 높게 나온 듯했다. 그리고 그 동네에 다른 집이 없나 찾아봤다. 다행히 다른 집이 한 채 있었다. 사진 상으로는 업그레이드가 좀 덜 된 집이었지만 가격이 2만 달러 이상 차이가 났다.
당장 그 손님께 전화를 걸어서 1시간 후에 만나기로 했다. 일단 오퍼를 넣고 싶은 집에서 만나서 같이 그 집을 구경했다. 물론 업그레이드와 집 인테리어를 아주 잘 꾸민 집이었고 방문객들도 많았다. 요즘 젊은 부부들이 좋아할만한 예쁜 집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있는 가구며 장식품들이 빠지고 나면 그래도 이 집이 예쁘게 보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물며 2만 달러나 더 높은 리스팅 가격에 경쟁이 붙어서 2만 달러 가까이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면 결국 4만 달러 이상을 더 주고 사야하는 꼴이었다.

일단 다른 집으로 갔다. 비어있는 집이었고 아무 가구도 없었다. 페인트도 제대로 안 해서 다시 페인트도 칠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2만 달러란 차이가 날 집은 아니었다. 오히려 2만 달러의 차이를 이 집에 투자한다면 훨씬 더 좋은 집이 될 수 있는 컨디션이었다.
게다가 이 집에는 경쟁자가 없는데 다른 집에는 경쟁자들이 많아서 2만 달러 이상의 프리미엄까지 줘야 하니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었다.


젊은 부부에게는 처음 집이었기에 아주 들뜬 상태였고 내가 설명하는 하나하나를 아주 자세히 경청했다. 자기들이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나를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생각하더니 하나하나 이유를 설명하고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들은 후에 신혼부부는 내 의견을 따르기로 했고 너무 좋은 조건으로 계약이 되었다. 지금 같은 마켓에서 페어팩스에 있는 차고 있는 타운하우스를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편안히 계약할 수 있다는 자체가 아주 큰 행복이었다.

비록 이 신혼부부는 현재 마켓에서 오퍼를 넣고 경쟁에 밀려 오퍼가 떨어지고 다시 집을 보기 시작해야 하는 수고를 경험한 적이 없기에 이런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그렇지만 일단 리스팅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집 구입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우리가 받아낸 계약서 내용만으로도 너무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를 난 이렇게 정신없이 다녔다. 내 손님은 별 생각 없이 계약서만 나에게 부탁을 했지만 게을러지지 않고 이집 저집을 뒤지고 내용 확인하고, 그리고 그렇게 해서 좀 더 좋은 조건의 더 좋은 집을 찾아드리는, 그리고 셀러의 싸인까지 받아내는 행복까지 만끽할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토요일 오후였다.
문의 (703) 496-4989, (410) 618-4989

<라니 오 / 일등부동산 뉴스타 세무사·Principal Br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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