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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시대 도래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2020-07-21 (화) 이영묵 / 포토맥포럼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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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친구들과 흑인들의 항의 시위에 관한 이야기 도중 나도 모르게 불쑥 한 마디가 튀어 나왔다.

“앞으로 임신을 했을 때에 유전자 조작으로 아기의 피부를 백인이나 흑인이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낳을 수 있을 것이니 그런 흑백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을까?”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과학문명이 발달하는 게 나의 무의식 세계에 그러한 발상이 떠오르게 한 것 같다. 앞으로 새로운 세상을 이끌고 갈 선두주자는 로봇이며 로봇과 그 응용이 세상을 지배할 것 같다.

이미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을 받아들인 것 같다. 어느 글에서 읽었는데, 어떤 사람이 생명이 위태로운 중병에 걸렸다. 그런데 자기 주치의와 로봇의 치료 처방이 달랐다. 그럴 경우에 주치의의 치료를 따르겠느냐, 로봇의 치료 방법을 따르겠느냐는 통계를 내어보니 로봇의 방법을 따르겠다는 응답이 거의 100%였다 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은 이미 옛날이야기다. ABC TV 방송국의 인기 최장프로인 ‘Jeopardy show’에 로봇을 등장시켰더니 1초 만에 100% 정답이 나왔다는 것도 고전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로봇의 무한 발전에 인간은 이제 완전히 제압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곧 닥쳐올 미래에는 인간의 삶의 생활방식이 바뀔 것이다. 지금 대학생들이 배우는 전문적인 교육 중 60% 이상이 쓸모가 곧 없어지리라 한다. 앞으로 회계사, 변호사, 항공사, 운전사, 배달 업무, 증권 중개사, 부동산 중개사 등 헤아릴 수 없는 직업들이 없어질 것이라 한다. 심지어는 로봇이 소설을 작가보다 훨씬 잘 쓸 것이라 하니 말문이 막힌다.
100년 전 미국 사람들은 평균 60시간씩 일을 했다. 그러다 여러 분야에서 문명의 발달, 자동화로 오늘날에는 34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며 곧 로봇이 여러 분야에서 등장함으로 곧 일주일에 24시간 일만 하면 된다고 한다. 확실히 인간은 로봇의 등장과 자동화로 편안한 삶을 누릴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세상에 살아야 할 인간은 행복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간만이 가지고 그리고 향유할 수 있는 자유가 미래의 세계에서는 로봇에 의해서 획일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정황에 놓여질 것이란 사실에 매우 당혹스럽다. 인간이 로봇이 만들어 놓은 궤도에서 돌아가는 로봇의 로봇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하면서 말이다.
이어령 교수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제목의 미래에 관한 특강을 온라인을 통해서 들은 기회가 있었다. 과연 석학의 명 강의이었다. 그 강의에서 받아들인 해석은 인간은 결코 로봇이 쉽게 넘겨 볼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로봇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방향이라면 인간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이며 서로 쉽게 압도할 수 없고 서서히 융합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그렇다. 로봇은 몇 만, 몇 천 곱하기 몇 만은 1초도 안되어 계산하기도 하고 바둑의 천재들을 완패시킬 수 있지만 한 여자에게 옷을 바꾸어 입히거나, 모자를 바꾸거나 화장을 바꾸거나, 하다못해 얼굴에 점 하나 붙여도 그 여자를 같은 여자로 단정 짓지 못한다. 또 사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지만 로봇은 층계나 굴곡진 길을 인간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반면에 인간은 태어나서 일 년을 넘겨야 겨우 걷기 시작하고 겨우 ‘엄마’라는 말 한마디 시작하는데도 몇 년이 걸린다. 하지만 엄마가 어떤 옷을 입든지 어떤 화장을 하든지 금방 엄마를 인식한다.
문명은 마차에서 기차, 자동차, 비행기, 인공위성으로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인간은 그 이동 수단을 타고 그 방향과 목적지를 정하는 조타수 역할을 하면서 인간이 가진 사회질서 윤리 사상과 철학을 지키자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로봇시대의 도래를 재앙이 아니고 축복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영묵 / 포토맥포럼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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