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67년의 빛과 그림자
2020-07-21 (화)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올해는 정전협정 67주년이자 한미동맹이 결성된 지 67년째 되는 해이다. 3년 동안 300만명이라는 끔찍한 인명손실을 보이며 끌어왔던 한국전쟁이 1953년 7월27일 UN군 측과 공산군 측의 정전협정 체결로 휴전 상태에 들어간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곧이어 그해 10월1일 한국과 미국은 전쟁 재발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 즉 한미동맹을 맺게 되었다.
67년을 이어온 한미동맹은 그동안 휴전선과 서해상에서 일시적 충돌은 있었으나 한반도에서 전면전의 재발을 방지함으로서 작은 평화를 유지하는 요인이 되었다. 군사적인 면만이 아니라 긴밀한 경제협력으로 70년대 이후 한국이 빠른 성장을 통한 산업화의 길로 진입할 수 있었고 왕성한 인적 교류는 이 땅에 200만 한인이 옮겨와 사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랜 군사적 동맹체제는 부지불식간에 미국에 대한 종속적 관계를 심화시키면서 한국이 독립국가로서의 자주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 군사정권이 탄생하고 유지되는데 미국의 비호가 컸다는 우려가 많았고 군산복합체 간 연결된 권력형 부패가 컸으며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파묻혀 한반도 평화통일이 지연되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지켜나가는 일을 한민족이 주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은 스스로 그 권한을 방기한 채 미국을 통해 각자 분단지역의 이익을 증대시키려는 경쟁을 벌여오기도 했다. 누구보다 ‘우리 민족끼리’를 입버릇처럼 외는 북한이 정작 북미회담을 진행하면서 철저하게 한국을 배제하는 통미봉남의 정책을 써온 것이 그 한 예다.
대한민국에게는 명운이 걸린 한반도 평화문제가 미국 대선 전략의 유 불리로 전락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의 증액요구에다 미, 중간 양자택일이라는 압박과 함께 한국인 비하발언까지 들어야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2022년 5월까지 넘겨주기로 한 전시작전권 전환을 연계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중이다.
지난 주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의 한국 철수?’라는 사설에서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의 감축을 제시했다는 설을 보도하며 이같은 계획이 사실이라면 이는 시진핑을 가장 기쁘게 할 조치라고 꼬집었다. 한국에 2만8,500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는 것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역할도 있지만 더 크게는 미국의 동아시아 다자안보가 주목적인 것을 트럼프 대통령은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에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차관보 등 한반도 전문가와 의회 지도자들은 “미국 정부는 한국을 괴롭히려고만 하지 말고 동맹의 중요성을 더욱 인식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한국의 동아시아 연구원이 조사한 ‘한국인 정체성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비호감이 늘어났으며 한국인 3명 가운데 2명은 미, 중 관계에서 한국의 균형적 태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남북 간 협력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 길이 ‘한미 워킹그룹’의 이견도 해소할 뿐 아니라 북미 회담과 북한의 비핵화에 선순환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67주년을 맞이하는 한미동맹은 오는 11월 대선결과에 관계없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진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한미동맹이 불균형의 ‘맹방시대’였다면 앞으로는 협력과 호혜 관계의 ‘우방시대’로 전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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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