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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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숲

2020-07-20 (월) 서윤석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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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숲이 생명의 소리를 낸다
재잘거리는 새소리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풀과 나무와 사슴과 토끼가 함께 사는 소리

부족한 삶을 도와주는 숲
미미한 풀벌레들에게도
외로움으로 찾아온 어른들에게도
숨차게 달려오르는 아이들에게도

휘영청 보름달이
검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 때면
밤의 숲은‘의아하 의아하'하며 소리내어 웃는다
그리고 낮과 밤의 무게를 견주어본다


숲은 자유로운 마을이다
피와 살을 나누는 생명들의 고향이다
얽히고 섞이고 옷을 스치면서
모두들 무럭무럭 자라는 마을이다

귀뚜라미 노래하는 가을이 오면
숲은 갈색, 붉은 옷으로 갈아 입는다
땀 흘려 거둔 열매를 새들에게 다 나누어 주고
불꽃놀이를 하며 솟아 오르는 환희를 느낀다

오! 그러다가 축제가 끝나고
회초리 휘두르는 겨울이 다가오면
숲은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가지에 매달린 잎을 하나 둘씩 다 떨군다
분신을 내려놓아 대지를 따뜻하게 덮어준다

철새들도 사라지고 모두들 동면에 들 때면
숲은 조용히 하얀 눈송이를 받는다
발가벗고 발가벗고
숲 속의 나무들도 추운 겨울을 다시 맞는다

<서윤석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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