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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득과 실

2020-07-18 (토) 윤재현 국방성 군무원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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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집콕’한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좋아하는 여행을 가지 못하고, 만나고 싶은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식당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심지어 가족이나 자식들이 집에 와도 마스크를 하고 말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떠난다.

잃은 것이 많지만 얻은 것도 있다. 오래간만에 체중이 15파운드 줄었다. 체중 증가의 주범은 외식이다. 나는 순두부를 좋아해서 일주에 한 번 정도 순두부 식당에 가서 돌솥 쌀밥이나 잡곡밥을 잔뜩 먹고 오면 3, 4파운드 올라갔다.

외식하지 않고 집에서 점심 한때만 반 공기의 밥을 먹고, 아침과 저녁에는 두유, 계란, 과일, 채소 그리고 호박 또는 고구마를 먹는다. 밥, 국수, 빵을 덜 먹으니까 혈당 평균 수치가 7.2에서 6.6으로 내려갔다. 당뇨병 경력이 25년 되었지만, 아직 인슐린을 맞지 않고 있다.


가장 기쁜 것은 자가 이발이다. 나 혼자 머리를 깎는 기술을 터득했다. 이발소에서 깎은 머리와 별 손색이 없다. 누구나 바라고 원하는 기술이다. 작은 이발기에다 4호 빗을 끼워 차근차근 머리를 밀었더니 일정한 길이로 조발이 되었다. 한 주에 한 번, 이발기로 귀 주위를 밀어주고 그리고 두 주에 한 번 제대로 이발을 한다. 시간과 돈이 절약되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릴 염려도 없으니 일거삼득이다.

몇 년 전 이발사처럼 2호, 3호 빗으로 만지작거리며 잔재주를 부리다가 실패한 적이 있어서 지금은 4호 빗만 사용한다. 아무에게나 자가 이발을 선뜻 권하지 않는다. 나는 머리숱이 별로 없고 그리고 그 동안 어느 정도 기술을 축적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서가에 꽂아놓았던 책 두권을 읽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이다. 가난한 백수 청년 라스콜리니코프가 인간쓰레기로 여기던 전당포 노파를 도끼로 살해하고 천사 같은 소냐의 설득으로 자수한다는 간단한 줄거리다. 안나 카레니나는 기차 안에서 젊고 미남인 부론스키를 만나서 한눈에 반해서 사랑에 빠진다. 안나는 부론스키의 사생아 딸을 낳지만 그는 등을 돌리고 안나는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죄와 벌’은 살인죄를 ‘안나 카레니나’는 간음죄를 다룬 소설이다. 이들을 비교해 보았다. 우리는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이 있지만 여간해서 살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륜이나 간음은 우리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기 때문에 ‘안나 카레니나’는 실감을 준다. 훨씬 재미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안나 카레니라’를 완전무결한 문학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작품은 ‘불륜의 종말은 비극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유명인사들이 불륜 행위로 인하여 패가망신, 철창신세,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체중을 줄이고, 당뇨 수치가 내려가고, 자가 이발하고, 러시아 명작을 읽었다. 얻은 것이 많지만 나는 이 감옥생활이 싫다. 마음대로 여행가고, 친구나 가족들을 만나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부둥켜안아주고, 그리고 순두부집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윤재현 국방성 군무원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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