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날에는 어떤 보양식이 좋을까. 손쉬운 것은 좋은 닭에 인삼과 황기라는 한약재를 넣고 푹 고은 삼계탕이 가장 좋겠다. 여기에 찹쌀을 넣기도 한다. 땀으로 잃어버린 기를 보충하는데 최고이다.
지난 주 이열치열을 언급했는데, 여름에는 속이 차기 때문에 먹는 것은 따뜻한 성질이어야 한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찹쌀도 멥쌀보다는 더 따뜻한 성질이면서 소화기능을 보하는 작용이 있다. 그러므로 소화기능이 약하신 분들도 삼계탕으로 속이 탈나는 일은 없다. 같이 넣을 수 있는 대추는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은행은 폐를 보해주고, 생강과 마늘은 면역력을 올려주는데 한 몫을 한다.
이 정도면 한약 한 제 드시는 것과 같다. 여기에 더 이상 다른 것을 넣으시면 잡탕이 되어 버릴 수가 있다. 이런 경험을 소중히 할 필요가 있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어느 재료 하나라도 따뜻하지 않는 것이 없다. 땀으로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이를 보충하기 위한 좋은 음식을 만든 것이다. 미국에서는 감기 걸렸을 때 치킨 누들 수프를 잘 먹는데, 삼계탕과 맛이 비슷하고 보양식으로 좋다는 점에서 서로 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삼계탕의 원래 명칭은 아마 주재료가 먼저 나오는 우리 어법에 따라서 계삼탕(鷄蔘湯)일 것이다. 이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닭보다 귀한 약재인 인삼을 강조하는 삼계탕으로 이름을 뒤집어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삼계탕은 예전에는 부자들이 주로 먹던 음식이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였던 ‘조선’에 “부자들은 거의 매일 계삼탕을 복용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삼계탕의 위상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삼계탕은 이처럼 귀한 음식으로써 우리 민족의 건강을 수 백 년 동안 지켜왔다. 덥고 힘이 빠질 때는 삼계탕 한 그릇 먹도록 하자.
‘동의보감’ 주하병(注夏病)조에는 ‘사람들이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머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어지며, 밥맛이 없어져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몸에 열이 나는데, 이를 민간에서 주하병이라고 한다. 음허에 속하여 원기가 부족한 까닭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이 여름철이면 털갈이를 하는 등, 각 계절에 맞는 몸을 준비하는 것은 알면서도, 자신의 몸이 ‘봄의 몸에서 여름의 몸’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깨닫지 못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몸을 이루는 음(陰)이 허약해지면서 원기가 상하는 것이 주하병의 원인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여름을 타는 사람에게 원기를 보하는 ‘보중익기탕’이나 ‘생맥산’을 쓴다. 보중익기탕은 소화기를 치료해서 기운을 보하는 처방이고, 생맥산은 맥 빠진 사람에게 생기를 넣어주는 처방이다. 특히 생맥산은 약재도 간단하고, 구하기도 쉬워 집에서 쉽게 만들어 복용할 수 있다. 본 한의원에서는 차로 달여 환자들에게도 제공하는데, 인삼 8g, 오미자 맥문동 각 4g을 물에 다려 마시면 된다. 또한 여름철 건강차로 적당한 것으로는 ‘오미자(五味子)’가 있는데, ‘여름철에는 늘 오미자를 복용하여 오장의 기를 보해야한다.’ 라고 권하는 의서도 있다. 오미자 4~8g을 찬물에 담그거나 다려서 마시면 된다.
또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으로 ‘향유’라는 약재가 있는데, 이를 차로 다려 마셔도 아주 좋다. 향유는 여름철 토사곽란에도 아주 효과적인 약재이다. 게다가 제철 과일로 참외가 있다. 참외는 한약명으로 첨과(甛瓜)라고 부르는데, ‘동의보감’ 채부 참외조에는 ‘맛은 달지만 성질이 차서, 해로울 수 있으니 많이는 먹지마라.’ 라고 하였다. 또, 참외는 속에 열이 있어 갈증이 나는 것이나, 그 열이 심해 어쩔 줄 모르는 번열을 치료하고, 소변이 막힌 것을 잘 나오게 하며, 삼초(三焦) 사이에 막힌 기운을 뚫어준다고 한다.
겸하여 입과 코에 부스럼이 생길 때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성질이 찬 과일이므로 너무 많이 먹으면 오래된 냉병(冷病)을 재발시키고, 속을 망가트려 손발에 힘이 없게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참외씨도 약으로 쓰인다. 물론 참외씨의 기름을 뺀 후에 가루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뱃속에 뭐가 맺힌 것 같을 때나 월경이 너무 많을 때도 사용하며, 뱃속의 피고름을 깨뜨리는 효능이 있어 요긴한 약이기도 하다. 굳이 뱉으려고 하시지 말자.
문의 (703) 907-9299
<
변형식 / 경희바울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