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마스크 쓰는 게 대체 뭐라고

2020-07-08 (수) 석인희 사회부
크게 작게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 전 세계 1위 국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국가. 세계를 주름잡던 미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온갖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얻게 된 오늘날. 이 사태 속에서도 한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달라’고 주장하는 시위대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정부와 이에 반항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어딘가 기이하다. 왜 미국인들은 이토록 마스크를 기피할까.

먼저 미국인들은 ‘개인의 자율성’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시 여긴다. 최근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 당국은 주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미착용 시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수많은 주민들은 공청회에 참석해 당국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마스크 착용 여부를 속옷 착용 여부에 비유하기도 하며 개인이 판단할 일이라고 주장하는 주민도 있었다. 공중보건이 위협받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많은 미국인들이 공동체의 안전보다 개인의 자유가 더욱 중요한 신념이라고 믿고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오랜 기간 마스크는 아픈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범죄자들의 신분 위장용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일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다. 마스크를 쓰는 일은 코로나19에 겁먹은 스스로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일로 과대 해석하기도 한다.


또한 마스크 착용 여부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꾸준히 공식석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마스크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미국의 경제 정상화를 꾀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트럼프 지지자들도 정치적 신념을 앞세워 트럼프를 따라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하자 마스크 착용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드러내며 태세를 전환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미국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 거부 원인에는 당국의 일관성 없는 마스크 관련 지침도 한몫했다. 앞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발표했다가 무증상 감염자들로 인한 확산의 위험성을 막기 위해 모든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을 해야한다고 지침을 바꿨다. 오락가락하는 지침은 시민들로 하여금 신뢰감을 떨어뜨렸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장은 코로나19 백신이 나온다 해도 영구적인 효과를 갖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날이 변이, 변종되고 있어 계절형 독감처럼 매년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는 백신만 개발된다 해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시민들은 스스로뿐만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배려하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만 한다. 대체 마스크가 뭐라고 이러나. 마스크를 쓰자.

<석인희 사회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