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범죄 통계와 체감 사이

2026-03-10 (화) 12:00:00 한형석 사회부 부장대우
크게 작게
최근 한인타운을 포함한 LA 범죄 통계를 보면 수치만 놓고 보면 분명한 변화가 나타난다. 지난해의 범죄 감소 흐름이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LA경찰국(LAPD) 자료에 따르면 강력범죄와 재산범죄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LA만의 현상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주요 도시에서도 폭력 범죄와 살인 사건이 감소하는 추세가 관찰되고 있다. 형사사법위원회(Council on Criminal Justice)의 분석과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러한 변화는 단일 원인보다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우선 가장 자주 언급되는 설명은 이른바 ‘팬데믹 이후 정상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미국 사회는 큰 혼란을 겪었다. 봉쇄와 경제 충격, 사회적 긴장 등이 겹치면서 많은 도시에서 범죄가 급증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사회 활동이 정상화되고 경찰 활동과 도시 서비스도 회복되면서 범죄 환경 역시 일정 부분 안정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LA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폭력 중재 프로그램의 영향도 언급된다. 이는 전직 갱단원이나 지역 활동가들이 분쟁이 커지기 전에 갈등을 중재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모델은 총격이나 보복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개입해 폭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찰의 전략 변화 역시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복 범죄자에 대한 집중 단속이나 특정 범죄 유형에 대한 대응 강화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인들 가운데 어느 하나만으로 최근의 범죄 감소 흐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경제 상황, 사회 환경, 지역 프로그램, 경찰 정책 등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 곧 시민들이 느끼는 안전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인타운을 포함한 많은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거리의 분위기가 예전보다 불안하다고 말한다. 통계와 체감 사이의 간극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범죄의 ‘노출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 자주 언급된다. 과거에는 지역 뉴스나 경찰 발표를 통해서만 접하던 사건들이 이제는 휴대전화 영상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된다. 절도나 폭행 같은 사건 영상이 온라인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되면서 실제 발생 빈도와 상관없이 범죄가 더 많아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특정 범죄 유형이 체감 안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지적된다. 예를 들어 차량 절도나 상점 절도, 거리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시민들이 직접 목격하거나 피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범죄는 전체 범죄 통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크게 체감될 수 있다.

도시 환경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언급된다. 노숙자 문제, 기물 훼손, 거리의 무질서 같은 요소들은 범죄와 직접적인 통계 관계가 없더라도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가로등이 고장난 거리, 낙서가 늘어난 건물, 파손된 시설물 등은 ‘안전하지 않은공간’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범죄 통계가 좋아졌다는 사실과 시민들이 느끼는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환경과 사회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범죄 통계를 낮추는 정책과 함께 시민들이 실제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계와 체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은 여전히 도시가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한형석 사회부 부장대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