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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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가상현실(virtual reality)

2020-07-08 (수) 엘렌 홍 (에스닉미디어 대외언론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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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너무 어려워서 공부하지 못한 과목이 하나 있다. 바로 물리학이다. 그때 조금이라도 이해력을 넓혔더라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3차원 세계에 여러 가지 컴퓨터 기술로 만들어져 가는 4차원 세계의 과정을 조금은 쉽게 글로 풀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나처럼 물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새로운 세계를 이끌기보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가족들과의 시간을 피해 인터넷의 세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현실에선 이룰 수 없는 것들을 가상현실이 해소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동영상 앞에서 일방적으로 보여지던 오락이 이제는 palpable, 즉 만지고 느낄 수도 있게 된다. 예쁜 옷, 구두, 보석, 자동차 같은 모든 사치품 등을 구매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가상현실 쇼핑몰에서 마음껏 골라서 입고 타고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보험이나 보관할 장소도 필요없다. 어디서든 언제든 접속해서 찾아온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또 하나의 현실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하여 그런 것들이 발전하는가? 그런 모든 질문들을 뒤집는 한 가상 에피소드를 봤다. 한 젊은이가 80년대 뒷배경의 나이트클럽에서 첫눈에 반한 사람을 만나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현실의 그 두사람은 노인들이다. 한 사람은 평생을 독신으로 외롭게 살다 병으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그의 첫사랑은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천국을 믿는 보수적인 기혼자였다. 결국은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못이기고 가상세계로 돌아와 같이 평생을 함께한다는 설정이었다. 세상의 편견과 차별이 무서워 위축된 삶을 살다가 자기 몸 안에 갇혀버린 사람과, 자신의 정체성을 모른 체 사랑없이 평생을 보낸 사람, 두 사람 모두 이루지 못한 사랑을 나누며 인생의 끝을 보길 원한 것이다.

3차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꿈들, 특히 지금처럼 집안에 격리되어 만들 수 없는 palpable한 인맥들을 만들 수 있는 세계는 기대된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12년 전에 처음으로 가입한 페이스북이 생각난다. 처음엔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었으나 현재 17억명이 드나드는 그곳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염된 공간이 되었다. 앞으로 우리에게 나타날 4차원 세계를 누가 어떻게 만들어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엘렌 홍 (에스닉미디어 대외언론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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