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고립에서 탈출하려면

2020-07-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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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과 식당이 다시 닫혔다. 캘리포니아의 코비드-19 확진자는 하루 기록으로는 잇달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 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특히 7월4일 독립기념일 연휴는 급 확산의 모멘텀이 될 우려가 높다. 남가주의 식당들은 재개됐던 실내 식사가 다시 금지되고, 이번 주말에 바닷가에 나가보면 주차장은 굳게 닫혀있을 것이다.

지난 3월 중순 내려졌던 캘리포니아의 자가대피령은 점차 풀렸지만 사람들을 다시 집안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가장 안전한 곳은 집밖에 없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 격절을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집이 창살 없는 감옥이 되면서 고립은 또 다른 병원균이 되고 있다. 육체 건강이 건강의 전부가 아니다. 몸과 마음은 따로, 또 함께 간다.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면서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울린 지 오래다.


얼마 전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성인 13.6%가 심각한 심리적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2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3.9%였다. 특히 18~29세 청년층은 4분의 1이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호소했다고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활기찬 세대여서인지 중장년보다 고립을 더 힘들어하고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또래끼리 모이고, 친구와 어울려 문을 연 타운의 술집을 찾았다. 중장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호인 모임, 교회 등 종교단체의 소그룹 모임이 알게 모르게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이런 소그룹 모임은 코비드-19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 미국, 한국을 따질 것 없이 공통된 현상이다.

심지어 가족모임도 마찬가지다. 5명이상 가족모임도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귀향한 아들을 맞이하는 자리에 모였던 부모를 포함한 가족 1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돌아온 아들이 감염자였던 것을 몰랐다. 아들과 악수만 했다는 아버지는 숨졌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직계 가족과 친인척 28명이 한꺼번에 감염된 케이스가 얼마 전 CNN에 보도됐다. 2살 난 아기, 임신부, 노부모가 모두 포함됐다. 이 집도 60대 아버지는 이미 숨을 거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족도 믿을 수 없게 한다. 지금은 친한 것만이 만남의 기준이 되서는 안되는 때다. 함께 모이려면 모이는 사람끼리 사전에 위생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 코비드-19 시대의 교유에는 뉴노멀의 규범이 필요하다. 미리 규칙을 정하고, 여기 동의하고, 지키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이 그나마 감염 위험을 줄이면서 정신 건강을 해치는 고립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정기적인 만남의 네트웍이 작동하려면 구성원 간의 신뢰와 정직이 생명이다. 각자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한 사람의 부주의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상에서 접촉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이를 벗어나야 한다면 사전에 알리고, 만일의 경우 14일간은 모임에 나오지 않는 등의 규칙을 만들어 지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친구는 만나되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마스크를 한 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만난다는 등의 사전약속이 필요하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도 참고할 수 있겠다.

감염이 돼도 본인도 모르는 무증상 감염자가 전체 감염자의 25~40%로 추정된다는 지금, 우울증과 불안증의 원인이 되는 고립에서 탈출하려면 지혜와 절제가 필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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