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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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설 렘

2020-07-03 (금) 이혜은 (우리 앙상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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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설레게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언어이다. 나는 성경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고 제일 잘한다. 사람들이 내가 가르치는 것이 쉽고 재미있다고들 한다. 단어의 보물을 캐내는 것처럼 히브리어, 헬라어 강의를 준비할 때마다 설렌다. 내가 발견한 보물을 함께 사람들과 나누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찰 정도다.

새롭게 접한 언어들을 통해 나는 성장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다. 오랜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여 있는 언어의 뿌리와 어원을 찾아가다 보면 지식과 감성이 확장되고, 인류의 의미있는 여정을 발견하게 된다.

중학교에서 처음 영어를 배울 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집에 와서 신나서 떠들곤 했다는 것이다. 그 시절 내가 꿈도 영어로 꾸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처음 배운 독일어는 또 다른 세계였다. 독일어를 가르쳤던, 열정 가득한 총각 선생님이 수업 시작 전 아침 7시에 원하는 학생들에게 덤으로 해준 강의를 들으려고 매일 일찍 등교하기도 했다. 그만큼 언어는 내 갈증을 채워주는 우물이었고, 끝없이 나에게 동기 부여해주는 자극제였다.


그러다 결혼 후 배운 성경 히브리어, 헬라어와 더 깊은 사랑에 빠졌다. 많은 사람들이 보통 히브리어를 가장 복잡한 언어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고대 언어라 문법이 아주 단순하다. 약한 글짜(Weak Letter)를 보상해 주는 데서 오는 친절함을 제외하면 별로 문법이랄 것도 없다. 보상하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알파벳마다 고유의 뜻과 교훈, 그리고 숫자를 가지고 있어 암호의 기능도 가능하다. 히브리어 단어는 보통 세개의 알파벳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는 앞과 뒤에 음절을 붙여서 단어가 확장된다. 그림언어(Word Picture)라 단어를 구성하는 알파벳을 관찰하면서 샘솟는 즐거움도 있다. 이것은 마치 작년에 처음 다녀온 그랜드캐년의 웅장함이 아직도 그림처럼 기억에 남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새로 접하는 단어는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여행의 설렘과 비슷하다. 사실 여행은 미리 계획할 때 설렘으로 가득한 것 아닌가. 또 여행은 낯선 곳이라야 예상 밖 즐거움이 있지 않은가? 낯선 히브리어의 단어를 접할 때 흥미진진해지는 사람이 나말고도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

<이혜은 (우리 앙상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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