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격렬한 저항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일방적인 통신선 절단, 남북군사공동사무소 건물 폭파, 군사행동 협박, 인민 군중대회 소란으로 한반도 전역이 전시 상태 직전까지 가는 불안에 떨기도 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우리 정치인들, 언론인들, 자칭 북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휴전, 평화협정, 종전선언 의미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마구 혼용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평화협정과 종전협정은 미군 주둔과 미군 철수로 엄연히 각각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기본 구조에 대한 요체가 일정하게 정리되어 있지 못하다. 북한 정권의 골자는 주체사상(수령 절대주의)과 ‘핵보유국’이다. 북한 헌법 전문에 그들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핵보유국임을 선언한다”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주체 사상과 핵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주체사상은 유일 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어떤 외세간섭도 거부하며 민족주체성을 지킨다고 주장한다. 국제 조류 변화에 아랑곳없이 흘러간 옛 노래만 계속 부르고 있다.
김일성 일가의 장기집권 명분으로는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로는 당파싸움에 혼란이 야기되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 위대한 영도자 ‘김일성 일가 백두혈통’의 수령절대주의를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도 남한을 주체성 없는 미국의 식민지로 보고 있으며 완전 독립을 시켜야 할 ‘해방구’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수령이나 핵무기 둘 중 어느 것 하나라도 결여되는 경우 파멸이 올 수밖에 없다는 관념이 뼛 속 깊이 박혀 있다. 북한은 지도자의 사진 한 장만 깔고 앉아도 교화소(형무소)로 끌려가는 판이다. 그런데 여기다 대고 김정은의 품격을 마구 비하하고 조롱하는 전단이 살포되고 있으니 참다 참다 못해 우리가 이해 못할 광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전체 인민의 의사를 위대한 지도자가 대변하니 ‘프롤레타리아 독재’도 민주주의라며 공공연히 자랑하고 있다.
북한의 본질이 이와 같은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다”, “한국은 미국과 변함없는 동맹국으로 대북관계에 임하고 있다” 등을 수시로 언급하고 있으니 북측이 듣기에 얼마나 황당한 발언으로 들렸을지 저절로 쓴웃음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고충도 이해할만하고 역설적으로 북미 사이에서의 어정쩡한 처신도 수긍할 만한 점이 있다. 최근 발간된 존 볼턴 트럼프 대통령 전 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는 북미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양쪽 모두가 매번 제외시키려고 했던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핵포기 장단에 발맞추며 유엔 경제제재 해제를 풀어내지 못하니 빠지라는 것이고, 미국은 북한이 핵포기하는 척 기만극 속임수나 구사하며 경제이익이나 챙기려 하는데 영문도 모르고 유엔 제재 해제나 졸라대는 문 대통령을 부담스러운 존재로만 여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 극도로 힘든 지경에 처해 있다. 그들의 식량난은 90년대 중반 300만이 굶어죽었다던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유행과 이에 따른 북중 국경 봉쇄까지 겹쳐 막막한 난관에 봉착해 있음이 한눈에 들여다 보인다.
북한은 현재 핵보유의 국제공인 실현이 좌절된 상태이고 극심한 경제난으로 민심마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는 등 심각한 속앓이를 겪고 있음이 분명하다. 남북 공유 자산인 군사 공동사무소를 폭파하고 무력행사를 취하기 직전 갑자기 김정은 위원장의 명령이라며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력이 만만치 않았음을 실감하고 아차 했을 것이다.
대남 삐라 1,200만장을 준비했다고 떠들다 이 마저도 포기한 것은 자신들의 시행착오를 뒤늦게 깨달았을 개연성이 있다. 5,60년대에 북한은 “남한에 거지들이 우글거린다”, “부녀자들이 미군들에게 몸은 판다”, “독재자들이 양민을 마구 학살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전단을 수시로 살포했다. 그런 형태의 삐라가 남한에 살포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낼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 김정은의 ‘보류’ 발표는 북한의 사실상 패배 자인으로 판단된다.
재선실패가 예측돼 신경질적 행동을 보인다는 미 트럼프와 궁지에 몰린 북한이 충돌, 대형사고라도 터질까봐 조마조마한 기분이다.
7월 4일은 역사적인 남북 공동성명 발표 48주년이다. 골자는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다. 남북은 탐욕, 고집, 증오를 버리고 사랑, 이해, 포용의 새 길을 택해야 한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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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