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폭력과 인종차별의 종식을 부르짖는 데모와 소요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있다. 비즈니스가 약탈 당하고 건물이 불에 타기도 했다. 건국의 조상 조지 워싱턴과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의 동상이 쓰러졌고, 노예해방을 선언한 링컨 대통령의 기념관이 손상되고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의 영웅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의 동상까지 쓰러졌다. 곳곳에서 100개가 넘는 동상과 유적들이 제거되거나 손상을 입었다. 시애틀에서는 일부 과격 데모대들이 시가지 일부를 점령하고 자치구역을 선언했다. 그 안에서 총기 사망 사건이 발생해도 경찰이 조사를 못하고 있다. 워싱턴과 애틀랜타에서도 자치구역 설정을 외치고 있다.
강제로 이 땅에 끌려와 혼과 영까지 짓밟힌 삶을 살아야 했던 노예의 후손들이 아직도 남아있는 인종차별에 분노를 느끼고 제도적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순한 경범죄 혐의자를 9분 가까이 무릎으로 목졸라 질식 살인시킨 경찰의 무도한 폭력에 분노하고 경찰 자금 중단을 외치는 데모대의 절규도 이해가 간다.
불행히도 인종차별의 종식은 법이나 정책의 변화만으로 단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비폭력 민권운동의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을 매년 국경일로 기념하고, 흑인 대통령이 선출되어 8년 동안 나라를 통치했지만 아직도 비윤리적 인종차별이 사회 각계 각층에서 보이게, 보이지 않게 계속되고 있지 않는가!
정치 지도자들의 국가를 위한 초당파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위기 극복을 위한 대화와 협상은 없고 모든 것을 상대편 잘못으로 돌리는 비난과 공격만 난무하고 있다. 정치와 사회 전체가 극한의 민주진보와 공화보수로 양분되어 싸우고 있는 것이다. 민주진보와 공화보수의 대결은 상호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미국 역사와 함께 상존해 왔다. 하지만 남북전쟁 이래 미국이 지금처럼 극한으로 양분된 적은 없었다.
정치인들의 잘못만이 아니다. 정당 간의 정치적 싸움을 사회전체의 이념적 대결로 확산, 악화시켜 온 언론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독자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건설적인 논평과 해설로 건전한 여론의 형성을 리드해야 하는 언론이 특정 정당과 이념집단의 선전과 방어 도구로 전락하여 정치이념 간의 양극화를 부채질해온 것이다. CNN과 Fox News 의 뉴스프로그램을 청취해 보라. 언론매체가 아니라 정치이념 그룹의 선전 방어 도구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신문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9년 갤럽조사에 의하면 민주진보 성향의 시청자/ 독자들의 진보 성향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는 CNN - 67%, 뉴욕타임스 - 53%, 워싱턴포스트 - 47% 이다. 반면 공화보수 성향 시청자/ 독자들의 신뢰도는 CNN - 23%, 뉴욕타임스 - 15%, 워싱턴포스트 - 13%에 불과하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TV 시청률과 신문 구독율이 크게 하락했지만,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도 한 몫을 했다. 2019년 민주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 구독은 48만4천부이고 워싱턴포스트는 25만4천부이다. 비교적 중도적인 신문인 유에스투데이 162만1천부와 월스트릿저널의 101만1천부 보다 훨씬 적다. 정치이념을 달리하는 독자들을 잃은 것이다.
재미 한인 언론들은 공정하고 비편파적인 보도로 한인들이 주류사회의 이념적 분열 속에서 슬기롭게 대처하도록 도와 줄 수 있길 바란다. 비편향적인 편집자세는 사업체로써 언론을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다. 정치이념이 다른 독자들을 다 함께 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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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춘 /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