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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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에 오는 것

2020-06-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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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확진자 수가 18만 9,077명, 근 19만 명에 육박했다. 역대 최고치다. 이로써 누적 확진자는 1,024만 2,876명으로 늘어났고 사망자는 50만4,366명을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가 밝힌 28일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일일 현황이다. 간단히 말해 확진자수 1,000만, 사망자 수 50만을 넘으면서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벌써 몇 달째인가. 집에만 갇혀 지낸 것이. 그런데 이제 봉쇄령이 풀리려고 하니까 또 다시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떨고 있는 것이다.


“일상이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지금 경험해보지 못한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만나야 할 사람이 두려워 만나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이 되고 말았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탄식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공포도 사라지고 정상을 되찾게 되겠지. 그럴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 대변화의 하나로 호주 시드니대학연구팀은 ‘사람들의 대이동’을 꼽고 있다. 전쟁, 대기근, 팬데믹 등이 발생하면 반드시 뒤따르는 것은 사람들의 이동이다. 유럽 역사상 최대의 인류 대이동이 발생한 때는 2차 세계대전 이후다.

팔레스타인지역으로, 미국으로 유대인의 또 한 차례 엑소더스가 발생한 게 바로 이때다. 유대인만이 아니다. 전쟁으로 모든 게 파괴된 유럽 땅을 뒤로 하고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나섰다.

미 서부 해안의 작은 도시였던 LA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2차 대전 이후다. 또 전쟁의 참화를 겪지 않은 호주 등지로도 수백만의 이민자가 몰아닥쳤다.

시리아 내전후의 상황도 그렇다. 400만에 가까운 난민이 발생했고 이중 100여만 명의 난민이 해외로 탈출,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유럽의 정치지형을 바꾸었다.

전쟁 못지않게 사람들의 대이동을 불러오는 것이 팬데믹이다. 전염병의 확산은 병도 병이지만 인포데믹스(infodemics-거짓 정보의 홍수, 사회불안)를 불러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안전한 곳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게 한다는 것이다.


에볼라(Ebola)가 창궐한 이후가 그렇다 그러나 에볼라는 감염지역이 아프리카 일부지역으로 한정돼 사람들의 이동도 제한됐다. 코로나19의 경우는 말 그대로 세계적인 대역병이다. 때문에 봉쇄령이 해제된 후에는 사람들의 대대적인 이동이 예상된다는 것.

그 ‘사람들의 대이동’은 이미 국내적으로 목격되고 있다. 뉴욕 탈출현상이 그것이다. 뉴욕이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진앙지로 떠오르자 먼저 시작된 것이 중산층의 뉴욕 탈출러시다. 중세와 르네상스시대 흑사병이 돌자 귀족들이 서둘러 피신에 나선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코로나19 만연에다가 설상가상 격으로 덮친 것이 인종폭동이다. 이로 인한 뉴욕 시정부의 리더십 상실과 함께 뉴욕의 살인률은 25%나 증가, 중산층의 뉴욕탈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뉴욕을 선택하고 결국 뉴요커가 된 수백만의 사람들, 다른 말로 하면 지난 반세기동안 늘어난 뉴욕주민,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불과 수개월동안 뉴욕을 떠나고 있다.” 인구통계학자 웬델 콕스의 말이다.

중산층의 대도시 탈출현상. 이는 그러면 뉴욕만의 스토리일까. 해리스여론조사에 따르면 1/3의 미국인이 인구밀집 지역, 대도시를 피해 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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