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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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020-06-29 (월) 양민교 소아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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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이 울리자
누군가의 등에 업혀 관악산을 넘었다
내 손에 숟가락 하나만 꼭 쥐여 있었다

화장실 간 누나 때문에
기차는 우리 식구를 남기고 떠났다
멀리 검은 연기가 솟았다
아군 비행기가 가는 기차를 폭파했다

옛 장터에는 고목이 서있다
바로 그 가지에
이름모를 국군이 목매어 달렸다
그 병사는 강을 넘어오는 인민군을 향해
홀로 저항하다 처형을 당했다


강언덕 명수대 위엔 산화한 12명의
학도병 기념비가 처연히 서있다
수영을 가려면 꼭 지나야 하는 그 곳
그들의 영혼이 남몰래 나라를 지킨다

강은 나의 모태이다
내 몸속을 흐르며
내가 태어난 위대한
땅을 지키는 생명과
번영의 산 증인이다

영원한 내일을 기약하며
오늘도 도도히 흘러간다
나의 고향, 나의 나라여

<양민교 소아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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