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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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부서지고 있다

2020-06-25 (목) 이동원 /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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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림병으로 12만여 명이 죽어가는 판에 숨 좀 쉬게 해달라는 조지 플로이드 죽음에 분노한 시위대의 폭동과 약탈로 돌에 맞은 자동차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엎친데 덮친다고 미꾸라지 국 먹고 용트림하는 음모꾼들의 미기(美技)를 다투는 백악관은 온갖 술수, 음모, 모함, 사기의 악(惡)을 훌륭하게 구비한 백악관(百惡館)이 되어 다른 나라 밥상위의 반찬까지 핫도그와 코카콜라로 대체하라고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경제 제재의 겁을 주고 있다.

꿈틀거리는 숨통이 끊어지기를 기다려 완전 죽음을 확인하는 경찰의 야만은 신의 걸작이라는 호모사피엔스가 얼마나 잔인한가를 동영상으로 평범하게 보여주었다.
사람은 사람인데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악독한 DNA는 섬나라 왜놈들에게도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각종 생체 실험은 물론 내기 참수로 한 시간 동안 106명을 일본도로 목을 쳐 죽인 놈이 105명을 죽인 놈을 누르고 일등을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금을 모조리 강탈하고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원주민 시체 앞에서 감격하여 하나님에게 감사 기도를 올렸던 콜럼버스처럼. 이와 같은 살상의 풍습은 종합예술이라는 영화를 통해 우리는 이미 익숙한 편이다.

나는 시민들의 불복종에는 동참할 수 있지만 파괴, 방화, 약탈을 하는 시위대의 무정부주의적 만행을 규탄한다. 그들은 인권을 위한 항의가 아니라 억울한 죽음을 이용한 행동처럼 보여 조지의 죽음에 대한 측은함이 증오의 싹이 됨을 느낀다. 죽은 사람과 아무 관련이 없는 누군가가 한 평생을 희생하며 모아 놓은 재산을 죽은 사람을 핑계 삼아 건물을 태우고 약탈해도 좋다는 논리는 이 세상에 없다.
그들은 정의로운 듯 말한다.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지만 불탄 건물은 다시 지으면 된다." 그들의 잘못된 생각이 조지를 또 다시 개죽음으로 만드는 자승자박임을 간과하고 있다.
참고로 FBI가 발표한 2018년 범죄 상황은 흑인이 백인 11,300명을 죽였고 백인이 흑인을 9,500명, 백인이 백인을 10,804명, 흑인이 흑인을 57,140명을 죽였다. ‘Black lives matter’ 라는 절규가 허구로 들리는 이유다.


이러한 현실은 흑인과 백인의 인종적 증오로 굳어지고 있는 이유가 된다. 이와 같이 서로 죽이는 흰 늑대, 검은 늑대들의 이란성 쌍생아의 얼굴이 미국이다. 시계 바늘을 잠시 뒤로 돌려 보자.
우리의 오월 광주 때처럼 전두환 일당과 언론의 뉴스와는 달리 약탈, 강간, 절도가 단 한 건도 없었듯이 그들은 질서 정연히 자신들을 희생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뉴욕에서는 12시간의 정전으로 날이 어두워지자 사람들은 봇물이 터지듯 밖으로 나와 상점을 파괴하고 방화와 약탈, 강간, 살인을 당연한 의무인 듯 난동을 부렸다. 그 당시 어느 기자는 “일천만 미국인이 일천만가지의 행동을 했다"고 표현했다.

아무리 훌륭한 법을 만들어 사람들의 이마에 자자(刺字: 인두로 이마에 도장을 찍음)를 하여도 종족, 종교, 빈부의 크고 작은 갈등의 충돌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몰사하기 전까지는 화산 속의 꿈틀대는 용암처럼 말없이 살아 있을 것이다. 가뭄과 홍수, 불기둥과 바람기둥인 산불과 태풍, 사라지는 원시림, 새로운 바이러스들의 창궐, 사악(四惡)하고 악독한 인간들이 북 치고 장구 치는 작금의 혼란은 제 6의 멸종으로 가고 있는 조짐인지도 모른다. 어찌 이 세상은 좋은 일은 별로 없고 기도가 필요하다는 언짢은 일이 이리도 많을까.

나도 기도를 해보자. 개똥밭에 살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 단 하루라도 평화스럽고 즐겁게 편안히 숨 좀 쉬게 해주세요.

<이동원 /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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