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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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抗癌)통을 아가처럼

2020-06-25 (목) 소병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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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년 반 째
손끝이 시리고 아리다.
한 겨울 얼었다 녹아가는
손끝처럼
항암제 CAPECITABINE이 투여되며
까만 색깔로 변해가는
10개의 야윈 손가락 끝
열 두 번의 항암투여를 알려주는
표적이다

한달에 두 번 여섯 시간동안
내 생에 공간에서
가슴에 주사 바늘 꽂고 시간과
싸운다
그것도 시간이 모자라
돌아올 땐 목에 걸고 온 항암통
주사기를 통해 항암 액체가
심장을 거쳐 12만 킬로미터의
내 혈관을 뚫는다.
10초의 간격으로
스르ㅡ르 스르ㅡ르
벌레 지나가는 소리
약통에 표시되는 측정량
어제 100 밀리그램,
오늘은 35 밀리그램으로 줄었다
투입되는 약물 때문에
삭신이 쑤셔온다.
음식이 들어가면 입안이
벌에 쏘인 듯 쓰리고 아프다 .

오늘도
단잠 못 드는 이 밤
수 없이 찾아올 그 내일을 위해
항암통을 옆에 끼고 잠을 청한다
아가처럼 조심, 조심스레…

<소병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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