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감 6.25 70주년

2020-06-2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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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퍼싱. 조지 마셜. 더글러스 맥아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오마 브래들리. 윌리엄 리히. 어니스트 킹. 체스터 니미츠. 윌리엄 홀시. 헨리 아놀드.

미국의 5성 장군들의 이름들이다. 군의 최고 계급인 5성 장군, 그러니까 원수는 200여년의 미국 역사상 이처럼 9명뿐이다. 퍼싱은 1차 세계대전, 나머지는 2차 세계대전의 영웅들이다.

이들 중 가장 오래 살았던 5성 장군은 브래들리다. 그가 서거하기 얼마 전 미 의회에서는 특별 이벤트가 열렸다. 100세를 얼마 앞둔 이 노병의 ‘고별 퍼레이드’ 행사를 열었던 것.


대통령에서 상하양원 의원 등 3부 요인 전원이 의회에 모였다. 그 가운데 휠체어를 탄 브래들리 원수가 입장했다. 그러자 레이건 대통령 이하 모두가 기립, 경례를 올렸다.

대통령까지 나서 최고의 예우를 올린 이 퍼레이드는 나라를 구한 영웅을 미국은 결코 잊지 않는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브래들리는 1981년 98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필리프 페탱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가. 그는 1916년 베르뎅 전투에서 독일군의 공세를 저지시켜 승리를 가져왔다. 이 공로로 그는 1918년 11월 프랑스군의 원수로 승진했다. 그 역시 90이 넘도록 장수했다. 그러나 오욕의 만년을 보냈다.

2차 대전이 터지고 프랑스가 1940년 5월 독일에 점령당하자 그는 휴전파의 중심인물로 히틀러와 강화를 맺었다. 그리고 프랑스 남부 비시에 나치에 협력하는 부역 정권을 세웠다. 페탱은 2차 대전이 나치의 패배로 끝나자 1945년 전범재판에서 반역죄가 인정돼 찬성 14표에 반대 13표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종신형으로 감형되고 1951년 91세에 사망했다.

그리고 70년 가까이 지난 요즈음 그 페탱에 대해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앞장 선 인물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마크롱은 1차 세계대전 승리 100주년을 맞아 격전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프랑스군을 승리로 이끈 원수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것은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페탱이 1차 대전에서 위대한 군인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가 2차 세계대전에서는 재앙적인 선택을 했다”며 “공과 과가 모두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페탱도 전쟁을 승리로 이끈 8명의 프랑스 장군들에 포함해 기념한 것이다.

6.25 전쟁의 최대 영웅은 누구일까. 맥아더 등의 이름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인천상륙작전 등 유엔군의 대대적 반격을 가능케 한 전투가 있었다. 경북 칠곡군 다부동에서 치러진 전투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6.25 전쟁의 물줄기를 돌린 사람이 백선엽 장군이다.

당시 육군 1사단장이었던 백선엽 장군은 병력, 화력에서 절대 열세인 가운데 1950년 8월1일부터 전개된 55일 간 치러진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 전투에서 패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지고 대한민국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6.25의 진정한 영웅은 백선엽 장군이라는 것이 미국의 평가이기도 하다.

그 백선엽 장군이 100세를 눈앞에 두고 있다. 노환으로 임종이 가까이 다가온 요즘 이 6.25의 영웅은 국립묘지인 현충원에 안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충원에 묻혔다가는 파묘될 수도 있다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친일파란 이유에서다.

만군 중위 출신인 것은 사실이다. 그 작은 오점 하나로 6.25의 영웅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것인가.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6.25. 어딘지 너무나 쓸쓸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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