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마스크는 할로윈 때 아니면 은행 강도나 쓰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일상복처럼 됐다. 문화적 이질감 때문인지 아직 한사코 마스크를 기피하는 사람이 있지만 지금은 마스크 착용이 뉴노멀의 에티켓이 됐다. 쓰지 않으면 자기뿐 아니라 옆 사람에게도 폐가 되기 때문이다.
여름이 되면서 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 번 사용 후 버리는 것이 원칙인 외과용 마스크와는 달리 천으로 된 마스크는 세탁해 다시 쓰면 된다. 방역의 최일선 용품인 마스크는 어떻게 세척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그것을 알려면 코비드-19를 일으키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알면 마스크 세탁에는 물론 평상시 위생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이번 바이러스는 바깥이 얇은 막으로 둘러 싸여있는 이른바 봉함형 바이러스(enveloped virus)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같다. 지방질과 단백질로 된 이 막은 바이러스의 표면을 팽팽하게 당겨주고 있다.
그런데 이 막은 비누나 세제에 약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비누로 손을 자주 씻을 것을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탁기용 세제나 손 씻는 비누에는 케미칼인 계면활성제(surfactant)가 들어 있다. 이 활성제의 분자의 한 끝은 지방 성분을 끌어당기고 다른 한 쪽은 물을 끌어당긴다. 지방질인 바이러스의 표면이 손상을 입으면서 바이러스의 감염 기능이 분쇄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빨래비누를 넣고 세탁기를 돌릴 때 옷의 때가 빠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때와 함께 바이러스가 분해돼 버리는 것이다. 물의 온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손 씻을 때 비누만 사용한다면 뜨거운 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다만 마스크의 재질이 면이라면 따뜻한 물도 괜찮다. 열기라면 세탁 후 돌리는 건조기가 있지 않은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제에 약하다는 것은 채플 힐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레이첼 그래함 교수와 네브라스카 대학 메디칼 센터의 자슈아 샌타피아 교수 같은 바이러스와 병리학 전문가들이 얼마전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일회용 장갑을 끼는 것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용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사용해야지 잘못하면 무용지물, 아니면 오히려 감염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마스크와는 달리 글로브 사용은 연방질병통제센터(CDC) 같은 공중 보건기관의 권장사항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무엇보다 피부가 면역의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피부를 뚫지 못한다. 피부의 상처를 통해 감염된다는 증거도 없다. 알려진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눈, 코, 입을 통해 옮긴다. 그래서 얼굴을 만지지 말라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얼굴 피부를 뚫고 들어가서가 아니라 눈, 코, 입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무장갑을 끼고 마켓에 가서 카트를 밀었다. 그 손으로 마켓 카운터를 만지고, 지갑 속의 크레딧 카드를 꺼냈다. 무심결에 얼굴까지 한 번 만졌다면? 장갑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일회용 장갑을 끼었다는 심리적인 안정 외에는.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글로브 착용의 맹점이다. 그 보다는 비누로 철저한 손 씻기를 권장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