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성 잃었나
2020-06-17 (수)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지난 일 년 동안 탈북동포들의 ‘자유북한 운동연합’이 북한으로 날려 보낸 전단(삐라)은 모두 11번이다. 그런데 그동안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이 지난 6월4일 다시 전단을 보내자 갑자기 길길이 뛰며 심상치 않은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 다각도로 진단된다. 대개 중환자일수록 환부를 건드리면 비명을 지르기 마련이다. 유일사상으로 무장된 강성대국이라며 큰소리치던 북한이 선전삐라 몇 장에 흥분, 군사적 협박까지 해 오는 기세가 불길하다.
북한의 이토록 심한 발작은 우선 그들이 뭔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짙게 풍긴다. 체제보장 유지 명분인 핵보유국 국제공인 절차가 난관에 봉착해 있고 극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최악의 경제형편은 민란 촉발 분위기에 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북한은 미국을 절대 불신하고 있다. 핵을 포기하면 정식 외교 관계 수립, 경제제재 해제 등 혜택이 크겠지만 그 대가로 인민의 자유주의 요구 증대, 그 여파로 정치구조개편, 김일성 일가 하야로 이어지게 되는 시나리오를 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또한 북한이 완전 핵 포기를 실천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그들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궁극 목적은 핵보유국으로 국제적 공인을 받자는 것이다. 숨겨놓은 핵시설이 5개나 더 있는데 영변 핵시설 파괴 같은 가면극으로 쇼를 부리고 시간이나 벌며 경제 실리나 챙기자는 얕은 수작에는 결코 속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경우 미중 사이에서 역학적으로 어려운 입장에 놓을 것이고, 미중은 북의 핵 보유를 인정할 경우 북이 독자적 튀는 행동으로 위협적 존재가 될 것을 우려한다.
북한이 남한을 계속 윽박지르는 골자는 미국에 동조하여 핵 포기를 주장하지 말고 미국을 설득, 경제 제재 해제에 말을 맞추자는 것이다. 이른바 한미 이간 책동이다. 북은 입장이 어려울수록 더욱 격렬한 위협을 남한에 가하는 것으로 뭔가 궁여지책을 모색하려 들 것이다.
북한이 없애버리겠다는 각종 남북 연락사무소들, 각종 전화선 차단, 무력도발 위협, 이런 것들에 당황하고 굴복하는 자세를 우리가 보이면 저들은 점점 더 만만하게 보고 위협을 가해 올 것이다. 어차피 남북 공동사무소들은 그동안 북측의 놀이터나 마찬가지 아니었나. 북측은 툭하면 전화 등 각종 통신을 단절하기 일쑤였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공동 사무실 문 닫고 일방적으로 철수하기를 밥 먹듯 해오지 않았나. 공동사무소나 통화가 아쉬운 건 오히려 북측이 더 할 것이다. 우리 국가 정보원과 북한 통전부의 전화는 끊지 않고 남겨 두었다고 한다.
남한 특히 문재인 정부는 오늘의 ‘대북 전단 살포’사건에서 북한의 마각을 실감해야 한다. 북한이 남한과 함께 평화통일을 하자고 그래 왔던 말들이 얼마나 진정성 없는 허구였던가. 북한의 군사 협박도 이번에는 미국 트럼트의 대선을 감안, 공동사무소 폭파 등 도발로 나타났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전격 실세 행세는 계속 건강이상설 등이 따르고 있는 김정은의 미래 향방과 함수관계가 있을 것 같다. 최고 실세로 등장한 그는 김정은 유고시 후계자일지 악역만 떠맡고 희생양으로 끝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통전부 김영철, 외교부 리선권 등 군부 강경파 출신들이 적극 조역을 맡고 있다. 김여정의 실권자로의 부상은 참모들의 혼란이나 분열에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은, 김여정 사이에서 누구의 비위를 맞추고 어떻게 업무를 보고해야 할지 내분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독재자들은 대개 제2인자를 키우지 않는 것이 통례다.
탈북자 모임, 자유북한 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남북 수뇌 간의 합의사항 위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많은 오해와 비난을 받아 가면서도 북과의 충돌을 피하려고 많
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런데도 북은 안면몰수하고 문 대통령을 향해 ‘겁먹은 개’,‘완벽한 바보’등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다. 저들은 김정은 비아냥 문구가 ‘삐라’에 적혀 있다고 ‘소금 맞은 미꾸라지’처럼 생앙탈을 부리지 않는가. 지금 한반도에 불안을 안기고 양아치 막말 쏟아내는 것을 보면 북한이 오히려 ‘겁먹은 개’로 보인다.
이해해 주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정나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북의 한계 넘은 몽니는 그만큼 내부 사정이 괴로워 결속 차원의 심리전일 수도 있다.
(571)326-6609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