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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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선을 넘지 않는 일

2020-06-15 (월) 김영미 (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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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테크기업인 IBM과 아마존이 안면인식 기술 소프트웨어에 대한 연구와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인종에 대한 편견을 형성하고 대량 감시체제, 개인의 인권침해와 같은 여러 측면에서 득 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혁신적 기술들은 파격적인 편리함으로 어떤 저항도, 법적 규제도 없이 우리의 삶 속에 빠른 속도로 보급되지만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기거나 기술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곤경에 빠지곤 한다. 특히 너무나 다양한 분야의 혁신들이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법적인 규제들을 생각해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이르렀고 결국 우리가 긍정적인 착한 혁신을 만들어 내는 기본은 우리의 도덕성을 근거로 할 때만 가능하다.

탐욕으로 인해 파행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혁신을 그대로 진행시키다 직면하게 될 문제들을 생각하면 IBM의 이런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인공지능 기술의 선봉에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추후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예측하고 있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개인의 인권이나 자유가 범죄예방이란 명분으로 부지불식 중에 자연스레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기에도 충분한 결정이었다.


전세계가 사회적 금기로 합의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실험이 중국에서 이루어졌다. 유전자편집기술을 이용하여 AIDS 내성 유전자를 지닌 쌍둥이 여아가 탄생했고 지적 능력이 탁월한 슈퍼베이비(Super baby)가 자라고 있다고 작년말 보고된 이후, 연구를 주도한 박사와 쌍둥이들의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한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고 러시아에서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당연히 사회적 약속을 파기한 반칙행위로 선을 넘는 일이며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된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면 영웅들에 비견되는 가끔은 더 강력한 힘을 지닌 악의 세력이 등장한다. 그리고 악을 무찌르기 위해 여러 명의 슈퍼히어로들이 힘을 모아 힘겹게 이겨 내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러나 SF영화에나 나올 만한 이런 뻔한 스토리가 현실에서 국가들의 이권경쟁과 실력행사 의지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과학이 단지 과학으로 끝나거나 악의를 품어서는 안된다. 그 안에 인간애를 담아야 하고 평등과 자유를, 사랑과 같은 중요한 삶의 가치들을 담아야 한다. 적어도 인류로서 합의해 마련한 선을 넘는 일, 공멸을 자초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영미 (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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