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커뮤니티 가든
2020-06-12 (금)
방무심 (프리몬트)
1년여 전부터 산책길 한편에 빈약하게 만들어진 텃밭이 지금은 제법 훌륭한 정원이 되었다. 기찻길 담을 따라 조성된 길을 산책하는 즈음에는 누군가 만들어준 꽃밭에 몸과 마음이 평안해진다. 얼마 전에는 가든을 장식한 멋진 돌멩이 아트가 전부 없어져서 심란했었는데 며칠 전부터 조금씩 새롭게 등장하더니 지금은 30여 개가 넘는다. 한달 전쯤에 분실된 돌멩이들이 새롭게 태어나서 많은 사람을 반긴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더 화려하고 다양한 그림으로 돌아왔다. 그림의 소재도 다양해서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다. 돌멩이가 선인장으로 변신, 돌멩이에 그려진 부엉이,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 돌멩이를 사용해 만들어 내는 창작활동은 대단하다.
길옆에는 누군가 ‘Community Garden’이라는 문패도 나무에 새겨서 붙여 놓았다. 작년에 눈부시게 화려했던 해바라기를 은근히 기대했는데 역시나 얼마 전에 모종한 것이 하루가 다르게 키다리의 자태를 뽐낸다. 더욱이 못 보던 다양한 색깔의 바람개비도 여러 개 꽂아 놓아 오늘같이 바람 부는 날 첫 상견례를 기분좋게 하였다.
지금은 세상이 떠들썩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루하루가 정신과 마음이 피곤하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의 명언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그보다는 독일 종교개혁가인 마틴 루터의 발언임을 언급하고 있는 예도 많다. 아마도 요즈음 같이 코로나19로 불안한 시기에 나의 이웃은 묵묵히 정원을 가꾸어가며 많은 이에게 진정한 자기성찰을 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해 주는 듯하다.
어수선한 시기에도 감동을 주는 사람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은퇴 후 무료한 생활에 짧게 걷는 시간일지라도 평안한 기분과 마음을 갖게 하는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고맙다. 후덕한 인품이 느껴지는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미국인 부부의 친절함은 커뮤니티의 차원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감명을 주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내일은 조그만 나무를 손수레에 싣고서 그분이 차려놓은 ‘커뮤니티 가든’에 동참하여 나의 고마운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다.
<방무심 (프리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