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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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없는 삶의 비결

2020-06-11 (목) 옥승룡 목사 / 갈보리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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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설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마술사가 고양이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쥐를 보았다. 한참 동안 관찰하던 마술사는 쥐가 불쌍해서 마술로 쥐를 고양이로 변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변신한 고양이는 또 다시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개를 두려워했다. 또 불쌍하게 생각한 마술사는 다시 마술을 부려 고양이를 개로 만들어 주었다. 개가 된 고양이는 개가 되자 마자 이번에는 호랑이를 두려워했다. 이 모습도 불쌍히 여긴 마술사는 개를 호랑이로 변신시켜 주었다.

그런데 호랑이가 이번엔 사냥꾼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사냥꾼을 두려워하는 호랑이를 보면서 마술사는 모든 것을 포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무리 해 보았자 너의 두려움은 끝이 없다. 그러니까 너는 별 수 없는 쥐새끼다. 다시 쥐로 돌아가라.” 그래서 호랑이가 되었던 쥐는 원래 모습인 쥐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마술사가 한 번 더 선심을 써서 호랑이를 사람으로 변하게 해줄 수는 없었을까 하는 것이다. 호랑이가 사람을 두려워했으니까 사람으로 만들어 주면 두려움을 그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호랑이가 사람이 된다고 해도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인 우리를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걱정과 근심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호랑이가 사람이 된다고 해도 두려움이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심리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45%는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과거의 일을 걱정한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쩔 수 없는 과거를 마음에 두고 사람들은 근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45%는 실제로 오지 않을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 예금한 돈을 다른 사람이 인출해 가면 어떡하나” “누가 큰 병에 걸렸다고 하는데, 나도 그 병에 걸리면 어떡하나”하며 근심한다는 것이다. 내 계좌에 있는 돈을 은행이 다른 사람에게 내줄 리 없고 큰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데,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날 것처럼 걱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근심의 90%는 하지 않아도 되는 근심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근심과 두려움이 있으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한다고 한다. 안절부절못하면서 매사에 짜증을 내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본다고 한다. 그래서 계획을 세울 때 일이 되는 쪽 보다 안 되는 쪽을 먼저 생각하면서 매사에 소극적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근심은 우리의 건강까지 해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근심없이 살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다. 비록 주어진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할지라도 걱정없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면, 그것보다 큰 축복은 없다.
베드로와 다윗이 어려운 형편에서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께서 도와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에 평안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안증 증상을 보이는 미국인이 급증했다고 한다. 우울감을 느끼는 미국인이 펜데믹 기간 두 배 늘어났는데 이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근심과 우울에서 자유할 수 있는 비결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이다. 어깨 위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대신 지어주며 마음 속에 담고 있는 말을 진지하게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그로 인해 내 삶에 평안이 깃들 수 있다.
누군가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이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모든 분들이 근심 없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옥승룡 목사 / 갈보리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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