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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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라 쓰고 암울이라 읽는다

2020-06-05 (금) 김영미 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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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택배상자, 아마존 차량, 그리고 홀푸드 등 다양한 오프라인 점포까지, 어느새 생활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시어스(Sears)가 카탈로그 판매를 중지한 직후인 1994년 온라인 도서판매 사이트로 출발한 아마존이 온라인 판매 확대로 무섭게 급성장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의하면 많은 유통 기업들이 팬데믹 영향으로 파산 신청에 들어갔지만 아마존은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기존 점포들이 쫓겨난 그 자리에 홀푸드, 베이직 케어(Basic Care), 아마존 북스 등과 같은 아마존 계열 오프라인 점포들이 다시 들어서고 있다.


무인자동화로 인건비 감축을 추구하는 아마존의 혁신은 로봇 자동화된 물류창고나 아마존 고(AmazonGo, 무인그로서리), 아마존 4스타(Amazon 4-Star, 무인점포)에도 잘 드러나있다. 더 이상의 감정적 교류나 인간다운 정서가 허락되지 않는 공간들이다.

2020년 가장 심각한 사회적 이슈는 팬데믹과 실업 문제이다. 실업은 단지 생존을 위협하는 소득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과 의미를 상실시키는 근본적 문제이다. 인간의 노동 가치를 비용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기업들이 로봇으로 사람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는 이 상황이 21세기 기술진화의 방향성인가 의구심이 든다.

2026년에는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억만장자를 넘어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승자독식 사회에서 헤지펀드 출신 기업가의 탐욕은 어디까지 뻗어갈까.

휴머니즘과 정서를 쏙 빼고 남은 그 자리에 효율과 이윤만을 우겨넣는 기업들은 혁신이라는 가면으로 자신의 탐욕을 가리고 있는 듯하다. 또한 박애주의자인 양 재단을 설립하여 탈세와 부의 축적도구로 삼고, 자신의 소득에 대한 사회의 기여분을 정당하게 환원하지 않고 있다.

발전이라는 이면에 실업의 그늘과 절대 다수의 아픔이 동반되고 있다면 이는 미국사회 전체를 위한 발전이 아닌, 일부 소수 승자들의 천문학적 부의 기록 경신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셈이 된다.

USA라는 말이 United States of Amazon의 축약어처럼 느껴지고 있는 요즘,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실업으로 내몰리는 이 방향이 과연 맞는 것인지 다시 한번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김영미 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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