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면역과 보약 (1)

2020-06-03 (수) 변형식 / 경희바울한의원 원장
크게 작게

▶ 변형식 한방칼럼

의학의 궁극적 목표는 첫째 양으로 건강을 유지, 증진시키고 질병을 예방하여 무병장수케 하며, 둘째 병이 났을 때에는 건강을 회복시키고 재활시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한의학은 후자보다 전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한의학의 특징 중 하나가 정체관이다. 질병을 국한적 또는 편면적으로 관찰하려 하지 않고, 반드시 전체-국부의 대립, 통일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 원칙을 수립하려 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정체관은 동시에 환경과 숙주 등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 인체 내부의 협조와 완정성을 강조하며, 또 인체와 외계환경과의 통일성을 중시한다.

여기에 한의학적 예방의학의 특징이 있는 것이며, 그 특징은 삼재(천지인)의 합일이 근간을 이루는 것이고, 이것은 또 양생의 강령이다. 양생은 연단, 복석, 도인, 절식 등 그 내용이 광범하고 방법이 다양한데, 특히 청대의 원개창)은 양이(養怡), 조섭(調攝), 치질(治疾)의 양생삼요(養生三要)를 주창했으며, 명대의 만밀재는 과욕(寡欲), 신동(愼動), 법시(法時), 각질(却疾)의 양생사요(養生四要)를 주창했다.

따라서 양생은 병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병인에 대한 감수성이 없고 면역이 있으면 무병장수할 수 있다는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양생(養生)으로 건강을 유지, 증진시키고 질병을 예방하여 무병장수케 하는 구체적인 단계는 3가지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치미병(治未病)의 단계다.
<소문.사기조신대론>에 “이미 발생한 병을 치료하지 않고 병이 발생되기 전에 미리 치료한다”고 했으며, 또 “무릇 병이 이미 발생한 뒤에 이를 치료하면 이는 바로 목마른 후에 샘을 파고 전쟁이 난 후에 비로소 무기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어찌 늦은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발병 이전에 환경을 개선하거나 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서 건강을 유지, 증진시키는 단계다. 이를 1차적 예방이라고 하며, 양방의 예방접종과 달리 한의학에서는 생체의 대상기능을 유지, 향상시키는 데 노력하는 것이 특징이다.
둘째 단계는 구기맹아(救其萌芽)의 단계다. <소문.팔정신명론>에 “뛰어난 의사는 그 싹을 구하니 질병이 막 시작되는 초기에 치료하여 병의 정세가 악화되기 전에 치료한다”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일단 발병하면 가능한 한 조기에 알아내어 치료하며, 병이 더 중증화하는 것을 예방하는 단계다. 이를 2차적 예방이라고 하며, 양방의 이화학적 정기검진과 달리 한의학에서는 체질(體質), 팔강(八綱) 등을 가리고 변증시치(辨證施治)하여 병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 및 후유증을 방지하여 건강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셋째 단계 역시 치미병(治未病)의 단계다. <금궤요략>에 “간(肝)에 병이 있으면 간병이 비(脾)로 전변된다는 것을 알고 먼저 비(脾)를 실하게 하는 것이다....나머지 장부도 모두 이런 방법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이때의 치미병이란 병 든 후 병정(病情) 발전을 예측하여 예방하는 것이니 후유증의 발생을 막고, 신체기능에 장애가 오지 않도록 하는 단계다. 이를 3차 예방이라 하며, 양방의 재활요법과 달리 한의학에서는 특히 심신(心身)을 함께 회복 내지 경감시켜 사회에 복귀,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의 (703)907-9299

<변형식 / 경희바울한의원 원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