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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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깜박하는 나, 건망증일까 치매일까

2020-06-03 (수)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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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윤 한방칼럼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들만 보면 치매와 건망증은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 마치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하지만 이 둘에는 의학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어, 심각한 건망증이 있다고 해서, 이것이 곳 치매의 전조증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면 좋다. 물론 가끔씩은 치매의 전조증상이 건망증과 꼭 닮아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건망증은 치매와 여러 부분에서 확실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어, 이점만 이해하면 생각보단 어렵지 않게 구분이 가능하다.

▶일상속의 건망증은…
친구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거나, 안경을 쓴 채 안경을 찾기도 하고, 혹은 핸드폰 대신 리모콘을 들고 출근을 하기도 한다. 어쩌다가 한 번씩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냥 일상의 헤프닝이지만, 이러한 일들이 자꾸만 반복되면 고민이 아니될 수 없다. 그리고 많은 경우,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러한 경향이 늘어가는 경우도 점점 잦아지기에, 많은 이들이 이런 증상을 자주 겪게 되면 혹시 치매는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대부분은 현대 사회속에서 늘어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일시적인 건망증인 경우가 많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레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도 건망증에 큰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이 또한 치매처럼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일으키는 정도까지로는 발전하지 않는다.

▶치매는 사건자체를 잊어버리고, 건망증은 사건의 세부사항을 잊어버린다
우선 치매를 겪는 이들은 주로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의 전체를 잊어버리는 반면, 건망증은 그 사건의 일부 디테일만을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제 저녁에 누군가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를 까마득히 잊게 되어 나중에 그 사람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이전의 만남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을 치매라 한다면, 건망증이나 일반적인 기억력 감퇴의 경우는 그 사람과의 만남 자체는 기억하지만 만남속에서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나 먹었던 음식의 반찬을 기억하지 못하는 식이다.


▶치매는 기억이 뇌에 입력되질 않고, 건망증은 기억이 뇌에서 출력되지 않는다
또 건망증의 경우 다시 비슷한 환경이나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잊어버렸던 기억이 복구된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이는 치매가 뇌의 기질적인 병변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애초에 뇌에 기억이 기록되지 않거나 깨끗이 지워져 버리는 경우라면, 건망증은 정신적인 특정 상태에 기인해 저장된 기억을 쉽게 꺼낼수가 없게 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달갑지 않는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무의식속에서 거부하거나, 너무 바쁘게 주변의 일이 돌아가면 그에 대한 정보가 선택적으로만 우리 머리속에 남아 나머지는 흐릿해져 버리는 식이다. 그러니 자꾸만 ‘내가 무엇을 하려 했던 거더라?’라는 식의 상황을 마주한다면 이는 거의 건망증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나 행동들은 주변 사람들만 기억하는 경우를 자주 마주한다면 이는, 치매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치매는 기억이 뇌에 입력되질 않는 질환이고, 건망증은 기억이 뇌에서 출력이 안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건망증을 분석하는 한의학적 접근법
건망증의 주 원인을 현대의학에서는 주로 스트레스로 보지만, 한의학에서는 심장과 비장의 기능 이상에 그 병리학적인 근원이 있다고 보았다.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할 때 심장과 비장에 예외적인 부하가 걸리는데, 이 장부에 걸린 지나친 부하로 인해 두뇌로의 혈액 순환과 영양공급이 이상을 일으키고 이에 따라 기억력 감퇴와 건망증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특히 심장에 무리가 가면 기억력과 정신작용 자체가 흐려져 방금전에 하려던 일을 깜빡하는 식의 기억력 감퇴가 오고, 비장에 무리가 가게 되면 생각이 체계적으로 정돈이 잘 안되어 어떤 일에 대한 기억이 두서없이 머리속에 남아 나중에 쉽게 잘 꺼내지를 못하는 상태가 된다 보았다. 따라서 자꾸만 심해지는 건망증이 고민될 경우, 정신과 생각을 조절하는 심장과 비장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방법으로도 뇌 기능을 원활하게 만들고 머리를 맑게 하여 집중력을 개선할 수 있다.

▶건망증을 치료하는 한의학적 접근법
임상적으로는 ‘총명탕’에 인삼, 석창포 등이 더해져서 구성된 ‘정지환’(定志丸)이나, 머리를 맑게 하는 ‘청뇌탕’ 등이 건망증에 좋은 효과가 있다. 만약 입맛이 없고 두근거리는 증상과 불면증이 같이 나타날 때에는 귀비탕(歸脾湯)을 위주로 해서 치료한다. 특히 이러한 한약들은 뇌세포의 핵분열을 촉진해서 뇌세포의 재생과 더불어 대뇌피질의 흥분과 억제작용을 조절하여 주의력을 높여주며 기억력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건망증뿐만 아니라 실제로 치매 초기에도 많이 응용되고 있다.
또한 건망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이고 올바른 식사습관과 더불어 검은깨, 대추, 호두, 생선, 김 등의 건뇌식품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또 머리 정수리 중앙에 위치한 백회(百會)혈을 지압해주거나 침을 통해 두뇌로 가는 기혈을 자극해 주는 방법도 활용해 볼만하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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