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한동안 금지됐던 교회 출석예배가 허용됐다. 캘리포니아 주는 각 카운티 당국의 지침에 따라 예배 재개를 허용하면서 이에 따르는 예배 의전 지침을 발표했다. 어떤 것은 해야 하고, 어떤 것은 금지되며, 또 어떤 것은 권장되는 사항이 13페이지에 빼곡히 나와 있다. 지켜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배를 허용한다면서 속뜻은 ‘가능하면 당분간 출석예배는 삼가 해달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교회에 따라서는 지키기가 불가능한 사항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예배 참석인원. 예배당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한 번에 최대 100명 이상은 모일 수 없도록 했다. 3부로 나눠 드려도 300명. 대형교회나 성당들은 어렵다. 예배 참석자를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 것인가. 출석교인이 적은 교회도 수용 정원의 4분의1을 넘지 않아야 한다.
참석자는 사전에 일일이 발열 검사를 해야 한다. 연보함을 돌려서는 안 되고, 찬송과 성경 합독도 자제해야 한다. 물론 성가대는 설 수 없다. 연습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퍼지는 바람에 워싱턴 주의 한 합창단이 수퍼 전파의 온상이 된 적이 있다.
예배 의전은 개신교와 가톨릭이 다르고, 시대 상황에 따라서도 바뀐다. 교회 예배가 금지되면서 잠깐 대안의 하나로 떠올랐던 드라이브-인 예배가 예가 될 수 있겠다.
차에 탄 채 예배를 드리는 드라이브-인 교회는 71년 전인 1949년 7월 LA에서 처음 시작됐다. 패스트푸드 점에 처음 드라이브-스루가 도입된 지 2년 뒤였다. 2차 대전 후 급격히 늘어난 자동차 보급이 낳은 예배 형태다.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주거지는 빠르게 외곽으로 팽창했다. 주말에 예배 대신 ‘교외의 레크리에이션’에 빠지는 교인이 늘어날 우려가 컸다. 교회를 마친 후 바로 비치로 갈 예정인 가족들에게는 정장차림을 해야 하는 예배가 불편했다. 노스 할리웃에 있는 임마누엘 루터란 교회는 이런 점을 감안해 교회 부근 공터에서 드라이브-인 예배를 처음 시도했다고 한다.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새 예배 형식으로 도입된 드라이브-인 교회는 50년대 한 때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드라이브-인 교회가 모체인 가든그로브 수정교회 같은 메가 처치의 탄생과 한때 유행이던 TV 예배, 텔레반젤리즘의 태동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 후 존재가 미미해졌다. 시대 상황이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비드-19 시대에는 원격 예배가 새 예배 형식이 됐다. 사람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세력이 이제 사람끼리 만나도 될 정도로 약화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교회 출석예배의 재개는 정치적인 면이 더 많이 감안된 결정이다. 대통령은 일주일 전 전격적으로 현장 예배라는 이슈를 치고 나왔다. 재선을 노리는 그에게 보수 기독교계가 중요 정치 기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이번 조처에 반대하는 교계의 목소리도 엄존한다. 공은 이제 개 교회로 넘어왔다. 바이러스는 모임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한인 교회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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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