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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정보들

2020-05-28 (목)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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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바이오 기업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 발표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은 코로나19 사태의 휘발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주식시장은 환호했으며 모더나 주식은 20% 이상 폭등했다. 백신 개발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는 트럼프는 “엄청난 진전”이라며 환호작약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꺼지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 발표를 두고 시험이 너무 소규모인데다 참가자들의 나이 등 유효성 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백신으로 생겼다는 항체가 얼마나 지속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들도 이어졌다. 모더나의 주가는 곧바로 10% 이상 빠졌다.

모더나의 발표는 괜찮은 중학교에 들어간 것을 마치 명문대에 합격한 것처럼 포장한 것과 다름없다. 전문가들의 비판이 나오면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모더나 백신은 스타일을 구겼다. 이 소동은 사람들이 설익은 1차 시험결과에도 일희일비할 정도로 코로나19 백신개발에 목을 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절실하고 다급하다는 얘기다.


다급해지면 이성적인 판단이 들어설 자리는 좁아지게 된다. 합리성을 따져보기보다는 당장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우선순위가 된다. 얼마 전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던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보고서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샌타클라라 카운티의 코로나19 감염실태를 조사한 일단의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은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집계보다 85배나 많을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코로나19 사망률은 계절성 독감과 비슷한 0.12%가 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결론은 극우 진영을 중심으로 바이러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코로나19는 별것 아니라고 줄기차게 주장해 온 이들의 입맛에 딱 맞는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결론이 피어 리뷰를 받은 정식 논문이 아니라 논문으로 인정받기 전 단계인 프리프린트(preprint)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온라인에 뜨자 비판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페이스북 광고를 통한 시험참가자 선정에서부터 연구 방법론과 통계상 오류 등 무수한 지적들이 쏟아졌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연구진은 사람들을 호도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까지 비판했다.

프리프린트는 피어 리뷰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내용과 결론이 바뀌는 게 다반사이고 심지어 폐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스탠포드 연구진이 내린 설익은 결론은 팬데믹의 위험이 과장됐다는 증거로 여전히 극우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단 뱉은 말은 주워 담기 힘들 듯 한번 퍼져나간 잘못된 정보 또한 수정하거나 삭제하기가 어렵다. 확증편향이 심한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정보들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어떤 정보를 내놓으려면 사전에 철저한 확인과 검증이 선행돼야하는 것이다. 정확성과 객관성이 생명인 과학과 의학 보고서는 더욱 그렇다.

코로나19처럼 절박한 위기 상황 속에서 설익은 정보는 성급한 환상과 희망을 안겨준다. 또 그릇된 판단을 하도록 해 자칫 건강을 해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독감 같은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방역수칙을 조롱하면서 마치 러시안 룰렛을 하듯 목숨을 건 게임을 벌이는 사람들의 만용과 무지를 보고 있노라면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처롭다.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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