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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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봄

2020-05-25 (월) 김지나 수필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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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이 지났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코로나의 진원지를 두고 피 터지는 출혈에 국제법정까지 서게 되었지만 두 나라 모두 무혐의로 처리되었다. 결국은 전 세계적으로 700만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만 50만이 넘었고 그중 미국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확진자에 사망자만 20만의 기록을 가지고 마감되었다. 그나마 백신이 발견되어 다행이었지만 실로 믿기지 않은 숫자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람 사이의 마음의 거리도 생겨 코로나 이후의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각종 원격치료 사이트가 생기고 정신과 의사가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 모았다. 정신과뿐만 아니라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스마트 로봇이 과학 기술을 한 발짝 앞당기는 신호탄이었다.

스마트 로봇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토대로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데에도 한몫했지만, 우울증(Corona Blue)을 치료한 일들이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다. 한 집에 한 개의 로봇이 있고 이제는 스마트폰처럼 1인 1로봇이 되는 날도 머지않았다.
사람을 구경하는 게 예전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마트에서 줄을 한없이 섰었던 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모든 식료품은 온라인으로 쇼핑한다. 꼭 필요한 옷을 구매하는 것도 온라인으로 아바타가 나 대신 옷을 입어보고 구매한다. 내 몸을 스캔해서 컴퓨터에 입력하면 내 아바타로 맘에 드는 옷을 입혀보고 360도 회전시키고 앉아보고 뛰어보고 해서 내 몸에 잘 맞는지 편안한지 소재는 무엇인지를 클릭 한 번으로 관찰하고 제일 맘에 드는 색상으로 오더하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가장 크게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이 가장 큰 변화의 중심에 섰고 오히려 코로나 이후에 가장 활발한 산업이 되었다. 특수한 산소개발의 혁신으로 하늘에 떠있는 구름호텔이나 구름카페에 다녀올 수 있는 시대가 되어 그에 따른 여행상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바다에 있는 수많은 작은 섬들을 개발해 가족 단위의 소규모 여행이 핫상품이 되었다. 거기에 드론의 발달이 확대되어 드론 자동차가 운전 없는 비행을 실현시켜 이제는 누구나 하늘을 나는 꿈이 현실이 되었다.

헤어나 네일샵도 이제는 한 사람을 위한 1인샵으로 바뀌었다. 룸의 사이즈가 가격의 차이로 변했다. 비대면이 필수가 되어버렸으니 음성적인 장소로 변하고 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듣고 있다.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서비스업은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모든 식당에는 드라이브 스루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예약이 모든 기관이나 상점에 필수가 되어버렸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일이 전체 경제 수단의 60% 이상이 되었다.
교육에도 바람이 세게 불었다. 집이 학교가 되었다. 학교의 기능이 사라지면서 세상이 바뀌었다. 집이 예전의 단순한 쉼의 장소가 아니다. 집이 생산 장소이자 소비 장소가 되어버린 셈이다. 집에서 공부하고, 집에서 일하고, 집에서 돈을 벌고, 집에서 휴식하고, 집에서 모든 걸 해야 하는 ‘Home is everything' 시대가 되어버렸다. 결국, 접촉이 사라진 언택트(untact : 접촉하다는 contact에 -un이 붙어 untact)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그에 걸맞게 접촉하면 안 되는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20년까지의 사람은 쉼 없이 달려가기만 했다. 사회가 부추기고 나라가 등 떠밀고 나라 간 힘의 세력으로 국민은 진이 빠지게 달리기만 해야 했다.
인간 이외의 것들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인간 이외의 삶 즉, 기술의 발달로 인한 환경오염이나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사회가 발전되며 따라오는 지구를 해치는 인간 외적인 것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달리기만 했다. 그러다 인간의 힘으로 과학의 발전을 대처할 수 없는 바이러스라는 녀석이 순식간에 다가와 무참히 그리고 무자비하게 인간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렇게 허망하게 앗아간 수많은 목숨값이 결국, 인간을 멈추게 했다. 코로나로 인해 얻은 것이 있다면 지구 환경과 동식물에 대한 ‘돌봄과 연구'이다.
이제는 공장을 가동하기 전에 세계가 관장하는 기관에 먼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갑자기 멈춰진 그 당시의 대기 탄산 배출이 25%까지 줄면서 미세먼지뿐 아니라 오존층까지 깨끗해지는 환경의 소중함을 다시는 깨고 싶지 않은 세계인의 열망을 반영한 조치였다. 그 뒤로도 각종 데이터로 세계를 하나로 묶는 기관들이 속속 생겨났다. 사람 간의 거리는 생겼지만, 나라 간 환경을 대하는 거리는 좁혀져 지구의 생존은 길어졌다.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는, ‘사람의 가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만 측정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언팩트한 세상에서는 우리가 행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회적 거리를 둔다 해도 결국은,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야 사람이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10년 후 우리 사회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발전되겠지만 결론은 역시 사회보다는 사람 관계다. 나도 니체의 말에 한 표를 던져야겠다. 나의 가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값이 나온다는 말은 값진 진리다.

<김지나 수필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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