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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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그 이후

2020-05-24 (일) 김범수 목사 / 워싱턴 동산교회 /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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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대유행병인 코로나19(COVID-19)는 지금 세계 모든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있다. 코로나는 우리 사람들에게 큰 세 가지, 곧 사회적 거리두기, 손 자주 씻기, 그리고 마스크 하기를 몸에 배도록 세뇌시키고 있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를 받지 않았던 사람들이 꼼짝없이 아무런 저항없이 그렇게 코로나에게 휘둘리고 있다. 이것이 신으로부터 왔는지, 아니면 인간의 실수로 왔는지 논할 여지도 없이 우리를 정신없이 휘둘러 대고 있다. 잠잠한가 싶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 없어질 것 같더니 아직도 그 존재가치를 뽐내고 있다.

분명히 이 코로나는 없어질 것이다. 아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통제를 받을 것이다. 백신이 생기면 모든 것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비록 시간은 짧을지라도 전 세계를 흔들 정도의 위력이 있었기에 앞으로의 우리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

코로나는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큰 것이라도 작은 것임을 깨닫게 했다.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유럽이라는 국가는 전 세계 역사 가운데 굵직한 선을 그어 왔다. 정치나 경제를 말하면 언제나 유럽, 그리고 미국, 중국이 앞장서서 깃발을 들었다. 그러나 코로나는 그런 큰 나라들을 위축시키고 말았다. 경제대국도 코로나 때문에 휘청거렸고, 지식과 기술과 과학이 코로나 앞에서 혼쭐을 당하고 말았다. 이 세상에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 애굽도 페르시아도 그리스도 로마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무리 큰 것도 언젠가는 작아 질 것이다. 이것이 역사의 순리이다.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크다고, 높다고 자랑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성경은 말씀한다. “내가 돌이켜 해 아래서 보니 빠른 경주자라고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유력자라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지혜자라고 식물을 얻는 것이 아니며 명철자라고 재물을 얻는 것이 아니며 기능자라고 은총을 입는 것이 아니니 이는 시기와 우연이 이 모든 자에게 임함이라(전도서9:11)


그렇다고 해서 작아질 이유는 없다. 크면 큰대로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면 된다. 생명을 건지는 일이라면 큰 바위가 아니더라도 작은 돌맹이 하나라도 귀한 것이다. 마스크가 없을 때 마스크 한 장이 귀했고, 빵 한 조각이 고마운 것이다. 주먹은 다섯 개의 손가락이 하나로 모아졌을 때 주먹이 되는 것이다. 그 주먹에 감추어진 작은 손가락은 귀한 것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알게 된다”는 말처럼 그 어떤 것도 없으면 귀한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작은 것의 소중함과 고마움 보다는 너무 큰 것에 대한 열망으로 살아 왔다. 아주 평범하게 만나고, 식사하고, 일하고, 다니고, 운동하던 것들,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지만 우리 삶의 부분이었던 것들이 얼마나 귀한 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큰 행운보다는 작은 행복이 더 아름다운 것이다.

코로나 그 이후 우리는 어떻게 달라질까? 크다고 자랑하기보다는 겸손하고, 없다고 불평하기 보다는 가진 것을 감사하는 그런 삶이 오리라 기대한다.

<김범수 목사 / 워싱턴 동산교회 /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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