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때 서민용 양식(?) 메뉴로는 인&아웃 버거 정도면 호사가 아닐까 한다. 로케이션과 시간대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부분 이전보다는 줄이 훨씬 길어졌다. 한 20여분 기다리는 것 가지고는 불평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주문한 햄버거를 받은 후 주변 길에 차를 세우는 이들도 꽤 있다. 차 안에서 먹고 가려는 것인데, 안전 운전에는 도움이 되겠다.
치킨 샌드위치가 싸고 맛있다고 소문 난 파파이스 등 일부 패스트푸드 체인점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식당 내 영업 제한이 풀린다고는 하지만 전해지는 식당 내 규정들이 입맛 멀어지게 할 정도로 엄격해서 드라이브-스루 간편식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모양이다.
푸드 뉴스와 다이닝 가이드 전문매체인 ‘이터(Eater) LA’가 드론을 띄워 잡은 패스트푸드점의 차량 행렬이 볼 만하다. 인&아웃, 칙 필레이, 레이징 케인즈 등이 한두 블럭 사이에 몰려있다는 다우니의 한 상가에는 도로를 따라 140여 대의 차가 줄지어 서있다. 하늘에서 살펴보니 50여 대의 차가 4분의1 마일 정도 늘어선 패스트푸드 점은 여러 곳이었다고 이 매체는 전한다.
반면 쿠폰 인심이 넉넉했던 샐러드 부페 숲플란테이션은 영구 폐업 소식이 들려와 이 식당을 이용하던 서민 고객들을 안타깝게 한다. 그 가격에 신선하고 다양한 야채를 양껏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어디 많은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뷔페 스타일은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하니 다른 뷔페 식당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얼마 전에 골프장이 풀렸다고 좋다고 다녀온 골퍼들은 고개를 젓는다. 하면 안 되고, 지켜야할 조항이 너무 많아 골프 재미가 반감됐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 사무국에서 리그 재개에 대비해 작성했다는 67페이지짜리 운영 제안서도 눈길을 끈다.
선수노조에 보내진 이 초안에 따르면 가끔 TV 중계 화면에 잡히던 아무데나 침을 탁, 탁 뱉던 일부 선수들의 행태는 이제 규제 대상이다. 덕 아웃에서 해바라기 씨를 까먹고 껍질을 내뱉는 것도 금지된다. 이렇게 하면 호흡기에서 나오는 작은 미세입자인 비말이 얼마나 멀리까지 퍼져 나갈 것인가.
선수들에 대한 검사는 철저하다. 하루 두 차례 발열 체크를 하고 일주에 수차례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에 한 번 항체검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메이저 리그 선수와 스태프들의 검사는 유타에 있는 반 도핑 검사소에서 전담할 것이라고 사무국은 밝혔다. 제안서에 담긴 세부사항은 선수 노조의 검토와 동의를 거쳐 최종 결정되겠지만 워싱턴포스트지가 전하는 일부 내용들을 보면 실소가 나오는 부분도 적지 않다.
예컨대 1루에 주자가 나가면 베이스 코치와 사담을 금지하고, 스트라익 아웃을 잡은 후 내야수들끼리 관행적으로 해오던 캐치볼도 금하도록 하고 있다. 땅볼 아웃이 될 때 등 여러 야수의 손을 거친 볼은 새 것으로 바꾼 뒤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선수들의 개인 라커도 6피트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실내 연습장에서 베팅 연습을 할 때 타자는 아니지만 볼을 던지는 투수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서까지 야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이런 야구나마 무관중으로 할 수 있을 것인지, 지금으로는 그것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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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