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에게는 각기 그들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빅 패밀리여서 종 마다 다른 조직원을 파견한다. 특정 종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그 종의 테두리 안에 머문다. 전염과 복제도 그 안에서 이뤄진다. ‘종의 장벽(species barrier)’이 있어서 타 그룹으로의 침투를 막는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종의 장벽을 넘어올 때 재앙이 되는 일이 많다.
코비드-19를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예의 하나다. 근원이 확인된 건 아니나 이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천산갑을 거쳐 인간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인간이 가장 가깝게 접하는 동물은 무엇인가.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는 안전한가. 박쥐나 천산갑은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에나 가야 만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집에 같이 산다. 이 질문은 그래서 심각하다.
지난달 초 뉴욕 브롱스 동물원에 있는 말레이 산 호랑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얼마 뒤 이 동물원의 사자와 호랑이 6마리가 더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는 이들에게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가 고양이과 동물에게 옮기는 코로나가 아니라 코비드-19을 일으킨 코로나와 같은 종류였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인간에서 호랑이에게로, 종의 장벽을 넘어간 것이다. 이들은 코비드-19 확진 판정을 받은 동물원 사육사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 주에서는 집 고양이 2마리도 코비드-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한 마리는 주인이 확진자였으나, 두 번째 고양이의 주인 가족 중에는 감염자가 없었다. 감염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발병 소식 후 후속 보도가 전해지지 않았으나 가벼운 호흡기 장애 증세를 보였다는 이들 고양이들은 모두 회복됐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집 고양이의 코비드-19 감염 사례는 3건, 반려견은 2건이 보고됐을 정도로 희귀하다. 미 수의학 협회(AVMA)는 다행히 이들 반려동물이 역방향으로 사람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긴 예는 없다고 한다. 문제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메인 주에 있는 가축병 진단 연구실에 따르면 실험실 상황에서는 고양이끼리 코로나 감염은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직 초기 연구단계이고, 실제 상황에서는 어떨지 확인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금은 미국의 코비드-19 확진자가 140만명을 넘고, 사망자도 8만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사람 사이의 감염으로 정신이 없다. 사람과 반려동물 간의 전염 문제를 꼼꼼하게 조사하고 따져 볼 여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코비드-19 시대에 반려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질문이 많다.
연방 질병통제센터(CDC)는 우선 코비드-19 감염자는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취급해 가까이 하지 말라고 밝혔다. 자가격리를 할 때 개나 고양이도 멀리하라는 것이다. 다른 식구들도 이때는 반려동물과 접촉을 금해야 한다. 평상시 개를 데리고 산책할 때도 다른 개나 사람과 접촉하지 말도록 권한다. 개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포함시키라는 것이다.
반려동물에까지 너무 과민한 것 아니냐고 할 지 모르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워낙 돌발 요인이 많은 대가족이어서 지금은 당국의 지침을 잘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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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