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올 스톱되다시피 했던 캘리포니아 경제가 부분적으로 재개되고 DMV 등 일부 관공서들은 다시 대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LA 카운티의 공원과 트레일, 그리고 골프코스도 다시 일반에 개방됐다. 해변도 13일부터 단계적 오픈에 들어갔다.
지난 일요일 아침 동네 산책길에 지나간 골프장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여러 팀이 나와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지난 두 달 간 적막강산이던 주차장에는 10여대의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상이었던 광경이 생경하게 느껴진 건 지난 몇 달 동안의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생활과 의식에 그만큼 큰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다.
비록 제한적이고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비즈니스가 재개되고 야외 공간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면적인 영업중단으로 생존의 기로에까지 몰렸던 비즈니스들, 그리고 오랜 재택생활과 격리로 한껏 움츠러들어있던 주민들의 생활이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됐음을 뜻하니 말이다.
분명 고무적인 뉴스지만 마냥 들뜨거나 기뻐할 수만은 없다. 여전히 캘리포니아의 코로나19 상황은 좋지 않다. 특히 LA 카운티는 주의 전반적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 그럼에도 부분 오픈 조치가 취해진 것은 당초 의료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단 사태가 변곡점을 지난 것으로 보고 이번 조치를 취한 것이다.
마냥 봉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비즈니스와 야외 공간을 일부 오픈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당국과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이 뉴스를 코로나19가 퇴치되고 있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이지 않을까 우려한다. 메시지를 잘못 해석해 긴장을 풀고 방역수칙을 소홀히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완전 퇴치하려면 치료약과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미국 전체로 봤을 때는 최악의 상황이 아직 오지도 않았다. 6월말이 되면 전국적으로 하루 사망자가 지금이 두 배인 3,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이곳에서도 발생한다면 다시 첫 단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결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마치 2년 전인 것처럼 느껴지는 두 달 전 코로나19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을 때 당국은 주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되도록 집에 머물러달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사람들은 이를 흘려듣고 바다와 공원으로 몰렸다. 감염자와 희생자 숫자가 말해주듯 그 결과는 참담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들은 당국의 지침을 잘 준수하면서 영업을 하고 야외에 나가는 주민들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집단적 모임 자제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엄청난 자원의 투입과 당국의 노력, 그리고 주민들의 협조로 그나마 지금 정도로 상황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아주 고약한 바이러스’라 부른다. 감염력이 아주 강해 대단히 빠른 속도로 급속히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대처에는 한 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정상화로 가는 걸음을 너무 서두르거나 재촉해서는 안 된다. 수칙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거북이걸음으로 조심하면서 조금씩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너무 빨리 가려다가는 오히려 처음으로 되돌아가야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LA 카운티가 ‘스테이 앳 홈’ 봉쇄명령을 연장한 것은 바람직하다. 코로나19를 잘 통제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지침을 완화한 한국에서 단시간에 코로나19의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교훈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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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