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불안한 일상 속 행복 찾기
2020-05-11 (월)
허경(UC버클리 학생)
학교 휴교령으로 한국에 들어온 지 한달이 지나가고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로 인해 나의 2학년 2학기와 여름방학 계획은 모두 엉망진창이 되었다. 한창 학교 주변의 여름 인턴십을 찾는 중이었지만, 많은 프로그램이 취소되고, 꽤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던 인턴십 결과도 계속 미뤄졌다. 여름 계절학기 수업도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이도 저도 못하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보낸 2주의 자가격리 기간은 아무 의욕 없이 막막했었다.
의무적 자가격리 해제 후, 2차 면접까지 마친 미국 인턴십 프로그램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인턴십 프로그램이 아쉽게도 취소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내가 최종합격자였다는 이메일이었다. 영주/시민권이 없는 학생비자 신분의 나에게 미국에서의 인턴십 기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부모님은 수고했다고, 괜찮다고 계속 위로해 주셨지만, 한없이 아쉽고 우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국내 학부생 인턴십을 찾으려 했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았다. 지원한 많은 인턴십 중 제일 합격하고 싶었던 KBS 디지털 뉴스부 인턴 자리는 2차 면접의 마지막 단계에서 떨어졌다. 이것말고도 몇 번의 서류 전형 합격과 면접을 거쳤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아직도 학력과 스펙이 중요시되는 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많은 대학생은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다급하고 뒤쳐지기 싫은 마음이 코로나로 인해 배가 되어 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몇 배로 증가시킨다.
그래도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내 정신을 잡아주는 것은 “엄마, 나 진짜 인턴십 하나도 안되면 8월까지 뭐하지?”라는 질문에 “엄마랑 집에서 놀고 코로나 나아지면 여행 다니면 되지!”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해주는 엄마, 그리고 면접이 끝났다고 가족 카톡방에 알리면 촌스러운 이모티콘을 붙여가며 “수고했다 우리딸”과 같은 카톡을 보내주는 아빠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우울한 상황이라 하지만,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이 자취 내내 달고 사는 햇반보다 훨씬 따뜻하고 맛있다. 아직도 늦둥이 막내딸로 아빠한테 예쁨 받는 것이 좋고, 일요일마다 바쁜 언니까지 네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나 외식하는 것도 행복하다. 나에게 이번 팬데믹은 고마운 휴식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힘든 상황에도 낙천적으로 생각하며 긍정적인 면들을 보려고 노력중이다.
<허경(UC버클리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