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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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자식

2020-05-11 (월) 유영집 한의학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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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의 어머니는 아이를 잠재워 놓고 밭일을 하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바라다보니 집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어머니는 정신없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동네 사람들이 만류할 틈도 없이 쏜살 같이 불길 속으로 뛰어 들었다. 잠시 후 어린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온 어머니의 얼굴은 보기 흉할 정도로 화상을 입고 있었다.
그 후 어린아이는 자라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어 어머니는 아이의 입학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학교에 도착하여 어머니는 한참이나 아이를 찾아보았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던 아이는 운동장 뒷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폭 숙이고 있었다. 아이는 자기 어머니의 흉칙한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는 것이 창피했던 것이다. 그 후 그 어머니는 단 한번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되돌아 보면 7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나는 어리광을 부리는 철부지로 자라지 않았나 생각된다.

옛말에 “부모의 마음을 알려면 결혼해서 제 자식을 낳아봐야 안다” 혹자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래도 전자에 속했더라면 얼마나 다행스러웠을 것인가!
정말 살갑게 어머니를 대해 본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사랑해요’라는 말 한마디 해드리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 보내드렸으니 참으로 이기적이고 무뚝뚝했던 마음에 죄송하고 후회스러울 뿐이다.
시골에서 글을 깨쳐 받침에 세모가 들어가는 편지를 보내곤 하셨으니 소학교라도 나오셨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들의 어머니는 제대로 배우지 못했어도 경우(境遇)가 있었고 지혜로 살아가셨던 것 같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들에게 몸소 보여주셨던 위대한 스승, 어머니! 그리고 우리 자식들에게 따뜻하셨고 한없이 자애로워셨던 어머니! 그 숨결이 지금도 우리 곁을 머무는 듯 하다.

따스함과 지혜보다는 엄격함과 지식으로 살아가는 현재의 나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의 선물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이 아닐까? 우리 자식들을 위해 모진 희생을 감수하시면서도 전혀 내색을 않으시고 다 감당하셨던 그 분.
5월, 그것도 Mother’s Day엔 가슴이 먹먹하며 아려온다.
우리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 어머니!
그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날 것 같다. 불효를 해서 그럴까? 아니면 그 무엇 때문일까?

<유영집 한의학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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