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대 패밀리의 실체

2020-05-08 (금)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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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일반감기부터 치명적인 전염병까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대가족이다. COVID-19는 이 패밀리 중 하나다. 2019년에 처음 등장했다고 해서 이렇게 불린다. 연일 관련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패밀리의 실체는 출생의 기원부터 활동 영역까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코비드-19는 어린이와 젊은 층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어린이 감염자가 중증으로 입원하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뉴욕에서는 기저질환이 없는 30~40대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례가 연이어 보고됐다.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코비드-19 감염자라는 것. 이들의 뇌 핏줄에서 혈전이 발견됐다. 바이러스가 신경과 심혈관계를 공격한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코비드-19에게는 고혈압이 가장 위험한 기저질환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후 어떤 고혈압 약을 복용하든 증상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정반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감염되면 발가락에 붉은 발진이 생기는 증상도 전해졌다. 코나 목이 아니라 발가락이라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존재가 인간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60년 가까이 된다. 마치 거대 마피아 조직같은 이 패밀리 중에는 세계적인 주목을 끈 멤버들도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첫 빅샷은 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인 사스(SARS-CoV)를 일으킨 놈이다. 지난 2002년 중국의 광동성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코비드-19와 유전인자의 80%가 같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서 코비드-19는 SARS-CoV-2로 불린다. 증상도 유사하다.

연방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사스는 세계 26개국, 8,000여 명에게 일어나 774명이 숨졌다. 미국의 발병자는 8명. 모두 사스가 발생한 나라를 여행한 사람들이었다고 CDC 통계는 전한다.

두 번째는 10년 뒤인 2012년 아라비아 반도에서 출몰했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이란 이름을 얻은 메르스(MERS-CoV)가 곧 그것. 같은 코로나 패밀리다. 낙타를 통해 사람에게 전염됐다. 2012년 발병 뒤 세계로 퍼져 나갔던 메르스의 증상도 사스나 코비드-19와 흡사했다.

세계 보건기구(WHO) 에 따르면 메르스의 발병 건수는 2,500여 건에 그쳤으나 사망자가 858명에 이르렀다. 코비드-19에 비해 전염성은 낮았으나 치사율은 지역에 따라 30% 내외를 기록했다. WHO 메르스 자료에 사우디아라비아, UA와 함께 한국이 언급될 정도로 한국도 호되게 당했다. 휴교 사태가 벌어지고 사망자도 39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삼성의료원이 관리 부실로 수퍼 전파자가 됐다고 해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이때 텅 빈 서울을 방문했던 미주 한인들이 환대를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두 번 다 미국은 그냥 지나가다시피 했다. 사스나 메르스를 물으면 기억하는 미국인이 몇 명이나 될까. 미주 한인이나 일반 미국인에게 두 역병은 남의 일이었다.

한국의 코비드-19 대처가 미국에 비해 효율적이라고 평가되는 것은 미리 센 예방주사를 2방 맞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험자와 무경험자, 예행연습의 유무가 이런 차이를 만든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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