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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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숨을 쉰다(2)

2020-05-08 (금) 이혜은 (우리 앙상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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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한 단어에 꽃힐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단어를 끝까지 연구하고 파고드는 독특한 성격이 있다. 단어 하나가 내 영혼에 들아오면 짧게는 하루, 길게는 수년동안 그 의미를 탐색한다. 그 단어들은 내게 기쁨을 선물하며 깊은 사유의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최근엔 ‘숨’이란 단어에 마음이 쏠렸다. 들이는 숨을 ‘breathing in’이라고 하지만 ‘inspiration’이란 단어로도 쓰인다. 내 눈을 열고, 마음을 열면, 자연과 주위 사람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받는다는 뜻이 내포된 것 같다. 내쉬는 숨은 ‘expiration’이기 때문에 내 인생이 ‘expire’ 되기 전에 서로 받은 영감들을 나누라는 뜻 같다.

오래 전 UC버클리의 젤러바크 홀에서 열린 피아노 연주에서 그 연주자의 숨이 내 영혼을 울리고 그 감격이 2주간 나를 끌고 다녔던 경험이 있다. 연주자가 숨을 쉴 때 나도 함께 숨을 쉰 것 같은 경험이 지금도 생생하다. 음악이 흐를 때 음표의 중요성, 또 쉼표의 소중함을 깨닫는 경험이었다. 숨을 쉬면서 쉼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느꼈다.

음악은 우리 모두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심리학, 곧 psychology는 그리스어로 psyche+logia, 두 단어가 합쳐진 단어이다. Psyche는 혼, 정신, 목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logia는 학문이란 뜻이다. 목숨인 psyche의 동사형을 찾아보니 ‘숨쉬다’이다. 숨쉬는 모습으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외에도 숨을 표현하는 단어가 그리스어에는 많다. 요즈음 코로나 폐렴으로 우리 삶의 모습이 그전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다. 폐렴, pneumonia의 어원도 그리스어 pneumon(폐)+ia(염증), 폐는 pneuma(숨, 바람)에서 나왔다. 나의 숨이 남에게 해를 끼치면 안되기에 지금 잠시 숨을 죽이고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다. 운동선수는 중요한 시합 전에 숨 고르기를 한다. ‘고르다’는 ‘상태가 정상적으로 순조롭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의 뛸 때를 위해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그 숨을 하루 빨리 같은 공간에서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을 기대하고 기다리면서, 숨 고르는 귀한 습관을 가져보자.

<이혜은 (우리 앙상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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