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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에의 저항성 키우는 것이 진짜 치료

2020-05-07 (목)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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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윤 한방칼럼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생각의 틀을 깨는 것의 어려움
본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분들의 비율은 대략 한국인 3이면,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7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진료의 많은 시간을 환자들에게 한의학의 기본 개념, 진단원리, 치료원리 등을 설명하는데 할애할 필요가 있어, 한국인 환자의 비율이 높은 다른 한의사 선생님들 보다는 아무래도 환자 한 명 한 명과 긴 시간 대화를 하며 진료를 하게 된다. 그리고 대화를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점이 있다면,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은 생각보다 견고하여 그 틀 밖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외부의 도움 없이는 거의 불가능할 만큼의 난이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태를 건강하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미국에서 성공적인 한의사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침을 잘 놓고, 좋은 한약 처방을 내는 것 이상의 능력이 필요한데, 바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의학의 개념’을 소개하고 가르쳐주어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바라볼 수 있게 이끌어 주는 능력이 그것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사상의학식 패러다임은, ‘현대의학’식 사고 방식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매번 꽤 흥미 있는 ‘생각 할 꺼리’를 던져준다. 특히 사상의학은 의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건강의 정의’를 그 근간부터 통째로 뒤 흔드는 힘이 있다. 사상의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몸의 상태를 건강하다고 할 것인가라는 질문부터 다르게 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질병이 없는 상태는 건강해지기 위해 거쳐가는 중간 단계일 뿐
현대의학은 기본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를 정상, 즉 ‘건강하다’라고 정의하기에 현대의학의 모든 진단과 치료는 ‘병’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현대의학의 진단은 ‘어떤 질병’에 걸려 있는가를 찾아내는 대에서 시작하여, ‘어떤 요소’들이 그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가장 효율적으로 ‘질병의 요소’를 배제하는 방법을 찾아 치료한다. 즉,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것들을 최대한 많이 제거하는 것이 현대의학의 가장 주요한 치료법이 되는데, 문제는 이렇게 나쁜 ‘질병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우리 몸이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복원력’의 회복을 직접적으로 유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질병을 완전히 제거한 후에도 건강은 돌아오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보게 된다. 이는 ‘병이 없어진 상태’는 건강한 몸을 가지기 위해 거쳐가는 중간 단계일 뿐이기 때문이다.


질병에의 저항성과 회복력을 키우는 것이 진짜 치료
반면, 사상의학은 병보다는 사람을 우선하여 진단과 치료를 하는 의학시스템이다. 이는 사상의학에서 정의하는 ‘건강’의 기준이 병의 유무가 아닌, 회복력의 강약에 달려있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그래서 사상의학은 모든 진단과 치료를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하는데, 우리 몸의 어떤 부분이 약하고 강한지를 찾는 것이 진단의 시작이 되고, 어떠한 이유로 그러한 몸의 불균형이 야기되고 발현되었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가장 효과적으로 ‘인체의 약한 부분’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찾아 치료를 진행한다.
즉, 사람의 몸에서 약한 부분을 찾아 최대한 보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한의학의 주된 치료법인데, 이 방법은 동시에 약해진 우리 몸을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

그래서 한의학적인 치료의 최종 단계는 건강으로 가는 길의 중간 단계일 뿐인 ‘병이 없어진 상태’가 아니라 ‘질병에의 저항성을 키우고 질병으로부터의 회복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있다.
이렇게 우리의 몸 자체가 건 해져 질병에의, 질병으로부터의 저항성과 회복력이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면, 그 때 우리는 나를 아프게 할지도 모르는 수많은 것들에 대한 불안감과 긴장감도 떨쳐내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함께 건강해지는 ‘덤’까지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의학적인 치료를 진행할 때도 사람이 질병보다 우선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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